▲ 4일 설 명절을 앞둔 조석시장을 비롯한 태안 지역 재래시장에는 원유유출 사고로 행인들의 발길이 끊겨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특별취재반 |
설을 사흘 앞둔 4일 기름피해를 입은 태안지역 주민들은 다가온 설 명절맞기가 두려운 듯 왠지 힘이 없어 보였다.
태안읍 수산물 시장(일명 조석시장)에서 지형물산을 운영하는 김미숙(46)씨.
“천지가 개벽하든 이보다 더한 기름폭탄이 터진다 해도 산입에 거미줄 칠일은 없지만 언제쯤 정상적으로 살아갈 지 걱정되네요” 그녀는 타들어가는 입으로 지금의 처지를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그러면서“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기름유출에 따른 전 군민이 심리적인 불안감과 공황상태를 극복하도록 정부와 태안군 등 행정과 언론에서 도와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민들은 요즘 계속되는 방제작업과 긴급생계비 배분문제, 피해배상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그런 현실에 더욱 가슴이 저리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바닷가에서 고기를 잡아 쌀을 팔아 먹지만 올 명절은 조상님 볼 면목도 없을 것 같네요. 이번 설을 계기로 바닷가에 나가 감태와 굴, 바자락을 캐서 팔았으면 더할 나위 없겠구만요” 이원면 사창어촌계장 이을래(61)씨의 한숨섞인 소리다. 지금 태안주민들의 심경을 대변하듯 그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차 있었다.
태안해안에서도 비교적 피해를 덜입은 일부 지역에서는 제철을 맞은 김과 감태, 굴, 바지락 등을 시범적으로 채취해 거래처에 내놓아도 태안산이라는 말에 사는 사람도 쳐다보는 사람도 없다는 현실에 주민들은 더욱 가슴이 여며진다.
해양수산부와 서해수산연구원 등 관계기관에서 기름유출 후 지속적으로 태안해역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의 안전성을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피해배상을 앞둔 주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조업재개와 수산물에 대한 안정성 등 뚜렷한 답변을 내놓치 못한채 어민들이 조업재개 협의가 이루어 질 때만 기다리고 있다.
안면도 수협 김상욱(53)조합장은 “뒤숭숭한 분위기로 명절은 뒷전으로 밀렸다. 빨리 주민들이 가게문도 열고 고기잡이에 나서는 등 생업에 매진하면서 방제작업도 해야 국민들이 태안반도를 찾아 관광도 해고 수산물도 팔아 줄 것 아니냐”고 갑갑한 심경을 피력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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