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봉]인공위성의 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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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봉]인공위성의 연비

[사이언스칼럼]최성봉 항공우주연구원 통신해양기상위성사업단장

  • 승인 2008-02-04 00:00
  • 신문게재 2008-02-05 21면
  • 최성봉 항공우주연구원 통신해양기상위성사업단장최성봉 항공우주연구원 통신해양기상위성사업단장
▲ 최성봉 항공우주연구원 통신해양기상위성사업단장
▲ 최성봉 항공우주연구원 통신해양기상위성사업단장
최근 기름값이 무섭게 폭등하고 있어 주유소에 갈 때마다 주머니가 한층 얇아짐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많은 자가 운전자들의 관심이 자기 자동차의 연비가 얼마나 되는지에 모아지고 있다. 더불어 그동안 하지도 않던 차계부도 작성하고, 또 차량 무게를 줄이기 위해 여분의 짐들을 차에서 제거하는 등 여러 수법들을 동원하고 있다. 언젠가는 기름값을 줄이기 위해 기온이 낮은 아침에 주유를 하면 유류의 밀도가 증가해 부피 효율이 높아져서 기온이 높은 낮에 주유하는 것보다 같은 비용이면 이득이라는 설도 등장해 관심을 끈 적도 있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온도에 따른 액체의 부피 변화가 그다지 크지는 않아서 과연 얼마나 이득이 될런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늘 보는 자동차와 달리 우주공간을 비행하는 위성의 연비는 어떨까? 알다시피 인공위성은 평생동안 자기가 쓸 연료(정확히 말하면 추진제)가 초기에 한번 주입된 후 발사돼 임무를 수행한다. 따라서 이미 충전된 추진제가 다 소진되면 어쩔 수 없이 유명을 달리 해야 하는 것이 인공위성의 운명이다. 그러므로 인공위성 엔지니어의 주된 관심사 중의 하나는 한정된 공간에 한정된 양만을 적재할 수 밖에 없는 추진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에 있기도 하다.

자동차의 경우 연비는 보통 연료 1리터당 얼마만큼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느냐로 표시한다. 우리가 타고 다니는 도로의 상태와 주행습관에 따라 실제 연비는 이상적인 상태에서 시험된 공인 연비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보통 운전을 난폭하게 해 급가속이나 급발진을 자주 하게 되면 연료 소모가 늘어나 연비가 감소한다고 한다.

이는 인공위성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공위성의 경우에도 어떻게 추진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추진제 소모율이 결정되고, 이로 인해 위성의 수명이 결정되는 만큼 초기에 위성을 설계시 이에 대한 많은 시뮬레이션을 거쳐 적재하는 추진제 양을 결정짓게 된다. 발사 가능한 위성의 무게가 결정된 상태에서 적재되는 추진제 양을 최적화하면, 그만큼 더 필요한 탑재체 또는 다른 유용한 기능을 지니는 부품을 추가할 수도 있다.

우리 통신해양기상위성(Communication, Ocean and Meteorological Satellite, COMS)은 발사되면 지구를 벗어나 발사체에 의해서 고도 250 km 정도의 주차궤도에 올려진다. 이후는 지구상에서 3만6000 km 떨어진 정지궤도까지 위성의 자력에 의해 이동해야 한다. 또한 이 정지궤도에서도 7년 이상을 계속 추진제를 사용해 자신의 자세를 제어하면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자동차에 쓰이는 바퀴 구동용의 왕복 엔진과 달리 위성은 우주 공간을 이동해야 하기에 로켓 엔진을 이용한다. 앞서 말했듯 이 로켓 엔진에서도 연비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물론 로켓 엔진에서는 연비라는 표현보다는, 단위 추진제 질량당 얼마만한 추력을 발생할 수 있는가를 엔진 성능의 척도로 삼으며 이를 비추력(specific impulse)이라 한다. 즉 비추력이 크면 자동차의 연비가 높음과 마찬가지이다. 우리 통신해양기상위성에 사용되는 추진시스템에는 현존 액체 엔진 중 비추력이 가장 높은 이원추진제(bipropellant) 로켓 엔진을 이용하고 있다.

물론 다른 형식의 로켓 엔진은 더 높은 비추력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전기추진로켓은 액체로켓보다 몇 배나 높은 비추력을 발생한다. 그러나 가격적인 면이나 기술적인 어려움은 차치하고 현존하는 추진시스템에 기준하여 말한다면, 비추력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발생되는 추력이 높다고 할 수는 없음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는 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연비가 좋다고 해서 자동차가 힘(토크)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과 이치가 같다. 일례로 달탐사를 위한 위성의 경우, 근래에 발사된 이원추진제 추진시스템을 이용하는 일본의 세레네 및 중국의 창어-1호의 경우 달궤도 진입까지 일주일여 걸렸으나, 유럽우주국(ESA)이 발사했던 전기추진시스템을 이용하는 스마트-1의 경우에는 1년여가 걸렸다. 즉 추진제를 적게 쓰면서 천천히 가느냐, 아니면 추진제를 많이 쓰면서 빨리 가느냐는 문제이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전기추진시스템의 장점은 있다. 통신해양기상위성의 경우 발사 중량이 약 2.4톤임에 비해 추진제 적재량은 그 반 정도인 1.2톤이다. 여기에서 정지궤도 진입시까지 약 1톤여 정도의 막대한 추진제를 소모하게 된다. 반면 스마트-1은 발사 중량이 367 kg, 이 중 추진제 중량이 82 kg이었다. 따라서 스마트-1은 자기 무게에 비해 훨씬 적은 양의 추진제로 달까지 간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 전기추진시스템은 인류가 미래에 아주 먼 행성계를 탐사할 시에는 단연 유용할 것이다.

현재의 기술 수준과 외국의 선례를 볼 때, 우리 통신해양기상위성에 사용된 이원추진제 추진시스템은 앞으로 근시일 내 달에 갈 때 확실한 운송 수단이 되어 줄 것이다. 연비 좋고 힘 좋은 통신해양기상위성의 추진시스템을 이용해 럭셔리하게 달에 갈 그날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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