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제직 충남도교육감 |
고향의 흙냄새에 젖어 마을 어귀를 다녀보고, 성묘를 하면서 조상을 생각한다. 고향의 넉넉함 속에 마음껏 놀고 웃고 즐긴다. 모두가 넉넉한 마음을 가졌으니, 좀 아쉬운 일이 있어도 크게 탓하지 않는다. 사랑하고 의지하는 가족, 믿음으로 함께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명절이면 즐길 일도 많지만, 하여야 할 일도 있다. 넉넉함 속에서 배워야 할 일이 있다. 이번 명절에는 우선 세 가지만이라도 배우고 갖추길 바란다.
첫째는 ‘예절`을 배우고 익히는 일이다. 설날은 조상숭배와 효 사상에 근원을 두고 있다. 돌아가신 조상들과 여러 자손들이 함께 하는 신성한 시간이다. 설날 아침에는 식구들이 일찍 일어나 설빔을 입고 음식과 술을 마련하여 차례를 지낸다. 차례가 끝나면 어른들께 새해 첫인사 세배를 올린다. 집안 세배가 끝나면 차례를 지낸 음식으로 아침을 먹고 일가친척, 이웃 어른을 찾아 세배를 드린다. 한 방에 여러 어른이 계시면 가장 웃어른부터 세배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는 조상 묘를 찾아 성묘를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는 예절을 갖추어야 한다. 차례 지낼 때나, 세배를 드릴 때나, 덕담을 들을 때나 엄숙한 예와 절도를 갖추어야 한다. 학교 현장의 의식행사에서도 엄숙함과 경건한 마음이 필요하다. 행사의 의의를 마음으로 느끼고 진정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학식, 졸업식 또는 국경일 행사에 늠름하고 의젓하게 서 있는 학생들을 보면 믿음직하다. 밝은 미래가 보이는 듯하여 마음이 뿌듯하다.
다음은 ‘친절`이다. 상대방을 향하여 마음을 열고 호의를 겉으로 드러내는 행동이다. 우리는 설날을 전후하여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진다. 업무로 만나는 사람들이 아니라 혈연과 지연, 학연으로 만나는 사람들이다. 이 때 같이 자란 가까운 사람들이기에 아무렇게나 함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가장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설날의 덕담 속에도 이러한 친절이 배어 있으면 좋다. 선인들은 설날 하루 종일 복을 빌고 좋은 말을 많이 해왔다. 널뛰기는 재미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친절을 담은 진실한 마음으로 임하는 민속놀이다.
친구로서 친절할 수도 있고 도움을 줌으로써 친절할 수도 있다. 남의 소원을 들어 주어 친절할 수도 있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친절할 수도 있다. 소외된 불우 이웃을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교육청에서는 `사랑의 수호천사` 성금을 1년 동안 동전만 13억 5000만원을 모아 어려운 학생들을 도와주고 있다.
세 번째는 ‘적절`이라는 덕목을 배워야 한다. 어떤 목적이나 용도 따위에 어울리거나 알맞아야 한다. 조건이나 상황에 딱 들어맞아야 한다. 정도에 맞는 표준이 필요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차례상을 차리는데도 나누어 먹을 만큼만 차리고, 설빔도 검소해야 한다. 선인들은 사치함에 흐르기보다는 검소함이 낫다고 하였다.
설날에 새해, 새봄을 맞이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마시는 세주(歲酒)도 도를 넘치면 건강을 해친다.
가족들의 입을 즐겁게 하는 독특한 세찬(歲饌)이라 하더라도 과하면 탈이 난다. 밖에서 추위를 이기며 바람에 띄우는 연날리기도 그렇다. 액을 쫓고 복을 맞이하기 위한 연날리기도 지나치면 화를 부른다.
누구에게나 기쁘고 즐거워야 할 설날이다. 우리 모두가 예절을 지키고, 친절을 지니며, 적절함을 갖춘다면 가정은 더욱 단란해 지고, 고향 마을은 화목해 지며,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다.
설날뿐만이 아니라 일년 내내 일상생활에서도 ‘예절`과 ‘친절`, ‘적절`의 덕목은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도 이러한 덕목을 잘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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