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희망있는 새해 설계를 위한 서해안으로 희망 여행
우리민족이 언제부터 명절로 지내왔는지 명확하지 않듯 설의 어원도 확실치 않다. 그 중에서도 `설다. 낯설다`의 `설`이라는 말뿌리에서 나왔다는 설(說)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한다.
처음 가보는 곳, 처음 만나는 사람이 낯선 곳이며 낯선 사람이듯 설은 새해라는 정신적, 문화적 낯섦의 의미로 생각돼 낯 `설은 날`이 `설날`로 바뀌었다고 한다.
매년 돌아오는 설이지만 낯설다고 생각하는 것은 새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특히 무자년 새해를 맞는 태안지역 주민들은 두려움을 감추기가 어렵다. 두 달전 떨어진 기름 폭탄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의 어원에 대한 또다른 해석은 해를 새로이 세운다는 뜻의 "서다"라는 말에서 시작되었다는 설(說)이다.
과거를 딛고 힘차게 새해를 세운다는 희망적인 설을 얘기한다.
태안 지역주민들은 하루 아침에 기름에 덮힌 해안을 바라보며 절망에 빠져 있다 수백만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이제 겨우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
검은 재앙 앞에 움츠려들뻔 했던 우리나라 최대 철새 도래지 천수만도, 천연기념물인 신두리 사구도 사력을 다한 봉사자들의 손길로 인해 여전히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우리곁에 성큼 성큼 다가오는 봄과 함께 지난 겨울 검은 재앙의 바다된 서해에도 희망의 빛이 찾아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태안은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 기름제거만 하고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면 태안은 영원히 죽은 바다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서해안에 와서 먹고 자는 것는 기름 제거 만큼이나 우리에게는 절실하다"는 지역 상인들의 말처럼 그동안 인간 띠를 이뤄 기름을 제거하던 마음으로 태안을 찾아야 할 때다.
설이다. 낯설지만 새로운 해를 세울 수 있는 날이다.
지금 태안은 인간의 작은 실수가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하는지 또, 인간이 힘을 모으면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지 실감할 수 있는 산 교육의 장이다.
5일 동안의 긴 설 연휴, 가족과 함께 태안을 찾는다면 태안군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그 어느해 보다 알찬 새해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뜻 깊은 여행이 될 것이다.
▲여전히 아름다움을 간직한 서해
만리포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길게 뻗은 소원면은 떠밀려온 기름을 그대로 받아내 피해가 가장 많은 곳이다. 이 지역은 해안선의 굴곡이 심해 사람의 손이 잘 닫지 않는 곳까지 기름이 묻어 있다.
하지만 만리포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복구에 나서 이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똑딱선 기적소리 젊은 꿈을 싣고서 갈매기 노래하는 만리포라 내사랑…(중략)…청춘의 젊은 꿈이 해안선을 달리면 산호빛 너울속에 천리포도 곱구나"
만리포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노래비가 예전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만리포를 지키고 있다.
노래비 옆으로는 예전에 없던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사고 당시 흔적을 기록한 사진들이다. 이를 통해 사고 당시 처참했던 모습을 실감할 수 있고 도움이 손길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 알 수 있다.
1km가량 펼쳐진 해안가를 벗어나 북쪽으로 향하면 천리포-방죽골(백리포)-의항-구름포로 이어진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해수욕장이 즐비하다. 대부분 해수욕장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으나 안내 표시를 따라 가면 아직 닦아내야 할 기름이 많은 곳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만리포 아래로는 모항항을 거쳐, 어은돌, 파도리 해수욕장 등 작지만 아름다운 바닷가가 이어져 있다.
소원면을 떠나 북쪽으로 조금 이동하면 우리나라 최고의 사구지대인 신두리가 나온다.
천연기념물 431호인 신두리 해안사구는 빙하기 이후 약 1만 5천년 전부터 서서히 형성된 것을 추정이 되며 강한 바람에 모래가 파랑에 의해 해안가로 운반되면서 오랜 세월을 거쳐 모래언덕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기름 유출 사고로 피해가 우려됐지만 다행이 큰 피해는 입지 않았다. 해안 사구만의 독특한 생태계가 조성돼 있어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바다를 둘러보고 길을 떠나기 전 태안읍에 위치한 백화산(해발 284m)에 올라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 자동차로 정상 근처까지 접근할 수 있는 백화산에 오르면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신두리 사구까지 태안의 자연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
지금은 찾는 사람이 없어 중단된 유람선도 타볼만 하다. 태안군 안흥면 신진도 항 등에서 출발해 태안 해안국립공원을 관람할 수 있는 유람선은 현재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30인 이상 단체 여행객이 예약할 경우 운항을 재개할 수도 있다. 유람선을 타고 태안 앞바다를 나서면 기름 바다에 둘러쌓여 신음하던 가의도 등 서해안의 섬들과 해안 절벽에 남아있는 기름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희망의 서해, 안전한 먹거리
여행에서 먹거리가 빠진다면 반쪽짜리 여행에 불과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는가.
심지어 기름 피해와 상관없는 지역 특산물인 마늘과 고구마 같은 농작물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다. 하지만 요즘처럼 서해 수산물이 더 안전한 적은 없었다.
기름 유출 사고 후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은 위판장과 양식장에서 출하되는 수산물을 일일이 검사하고 있다. 또 1주일에 한번씩 샘플을 채취해 내장과 살을 따로 고온에서 끓여 오염 여부를 확인하는 자숙(煮熟)검사를 실시한다. 이밖에도 식약청이 정기적으로 유통되는 수산물에 대한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있고, 수산과학원이 해양오염검사를 실시하고 있어 삼중사중의 안전장치가 작동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사고 후 오염 어폐류 유통을 막기 위해 연근해 오염지역에서는 조업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어 오염된 수산물은 애시당초 상륙이 불가능하다.
또,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횟집에서 판매되는 수산물이 모두 그 지역에서 생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해안 인근 횟집 등에서 마음놓고 음식을 사 먹어도 문제가 없다.
지금은 70마일 밖 해상에서 잡힌 가자미와 물메기 등을 현지에서 맛볼 수 있다. /이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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