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입구쯤에 자리한 한 노점상 자판 위에는 채소와 생선 등이 손님들의 손길을 기다린 채 소복이 쌓여 있었다.
이곳에서 30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문정옥(50.태안군 원북면)씨는 "기름 유출 사고가 난 뒤 5일이 지나자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없어 문을 닫았다가 어제서야 다시 문을 열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한숨지었다.
그는 "설 대목을 앞두고 장사가 될까 해서 문을 열어놓고 있지만 장가가 안 돼 다시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장사가 너무 안 되다 보니 인적하나 없는 시장에서 혼자 장사하는 꿈을 자주 꾼다"고 푸념했다.
▲ 설 명절을 1주일 앞둔 31일 태안읍 재래시장이 예년과는 달리 손님의 발길이 끊겨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별취재반 |
같은 동네 주민 이혜숙(72.태안군 원북면)씨는 "문씨가 문을 닫은 뒤 방제활동에 나섰다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팔과 척추까지 크게 다치면서 노점 일을 도와주고 있다"며 "어제와 오늘, 하루 종일 같이 있어 봤는데 손님 하나 없이 썰렁하다보니 물건 값도 못 건질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장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 보았더니 작게는 16㎡, 크게는 66㎡ 남짓한 수십여 곳의 점포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이따금씩 눈에 띄는 관광객을 제외하고는 물건을 구입하는 손님들은 눈을 씻고 찾아 볼 수가 없었다.
▲ 설 명절을 1주일 앞둔 31일 태안읍 재래시장이 예년과는 달리 손님의 발길이 끊겨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별취재반 |
곶감, 굴비, 약과 등 제수용품을 판매하는 한 상인도 "가뜩이나 손님들이 인근 할인점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기름 사고까지 터져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며 "며 "예년만 해도 경기와는 상관없이 제수용품을 파는데 큰 지장은 없었지만 기름 사고 이후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일부 해안가 주민들이 태안읍에서는 피해가 전혀 없다고 하는 말을 들으니 더욱 힘이 빠졌다"며 "시장 상인들 대부분이 대목 때인데도 장사가 안 돼 물건 값도 못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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