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억중]대전, 건축의 힘으로 부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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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억중]대전, 건축의 힘으로 부활하라

[중도춘추]김억중 건축가,한남대 교수

  • 승인 2008-01-31 00:00
  • 신문게재 2008-02-01 20면
  • 김억중 건축가김억중 건축가
▲ 김억중 건축가,한남대 교수
▲ 김억중 건축가,한남대 교수
그리스 신화를 보면 다에달로스라는 건축가가 자신이 만든 미로에 갇혔다가 우여곡절 끝에 탈출에 성공하는 유명한 일화가 나온다. 신화 속의 다에달로스는 당대 첨단건축술을 두루 섭렵했던 파우어 엘리트요, 창조적인 상상력이 넘쳐나는 씽크탱크였으니, 과연 최고 권력자 미노스왕의 실세에 다름 아니었다.

추측컨대 미노스왕이 제아무리 행정의 달인이었다 하더라도 어떤 정책이든 시민들의 피부에 곧바로 와 닿게 하려면 아무래도 건축의 힘을 빌어야만 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가 창조해낸 공간이나 시설들 속에서 보고, 느끼면서 비로소 어떤 정책의 내용이나 의미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상징적이긴 하지만 신화 속에 나오는 ‘미로`도 마찬가지였을 터. 한 번 갇히면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한다는 기능을 생각해보면, 건축이야말로 사람들의 삶의 양식이나 가치는 물론 행동에 이르기까지 매우 깊이 관여하는 힘을 지니고 있음이 신화 속에 잘 드러나 있다.

건축의 힘이 행정이나 통치에 깊이 관여했던 사례는 얼마든지 많다. 지금도 북유럽에서 아프리카 북부에 이르기까지 수세기 동안 광범위하게 펼쳐졌던 로마제국의 유적을 보라. 그 롱런의 비밀은 물론 식민지 고유 언어와 문화를 존중했던 융화정책에 기인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로마제국의 존재를 식민지인들에게 가장 빠르고 구체적으로 각인시켜 줄 수 있었던 수단으로서 건축만큼 힘 있는 장치가 없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행정관서, 재판소와 같은 공공건축물을 초스피드로 지어 식민지인들로 하여금 머리를 조아리게 하는 힘! 자신들의 언어로 실컷 떠들다가도 문득 로마제국의 건축물을 보는 순간 자신들의 처지를 곧바로 되새기게 하는 저 확실한 권력의 기표가 곧 건축이었다.

그로부터 천년의 세월이 바뀌었어도 여전히 건축은 도시 행정과 불가분의 역학관계를 유지하며 그 성과에 따라 우리네 삶을 억압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무기가 되기도 했었고, 사람들에게 더 커다란 자유와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선물이 되기도 했었다.

흥미로운 것은 훌륭한 지도자, 정치인들일수록 건축의 힘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실천했던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의 경우, 루브르 박물관 중정에 유리피라미드 건축을 비롯해 세계적인 건축가들로 하여금 수많은 공공건축물들을 명품 문화유산으로 만들어 놓았다. 오늘날 그 건축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관광자원으로서 그 부가가치를 환산키 어려울 지경이라 하지 않은가.

그런가 하면, 콜 서독 총리 시절, 2차 대전 때 폭격으로 인해 폐허가 되어 볼품없었던 프랑크푸르트는 라인 강변과 도심에 집중적으로 10여개의 미술관, 박물관을 건립하여 금융, 업무 중심의 도시에 문화 예술의 옷을 갈아입혀 차별화된 도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음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이들 모두 한 도시의 성패는 건축의 힘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대전이여! ‘건축의 힘`으로 힘차게 부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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