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생계비 배분 놓고 갈등 증폭

태안 생계비 배분 놓고 갈등 증폭

“불난 집.연기만 맡은 집 보상 똑같이 한 꼴” 해안-내륙 형평성 논란 소원면 주민 항의 방문

  • 승인 2008-01-30 00:00
  • 신문게재 2008-01-31 7면
  • 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정부의 긴급 생계비 지급을 둘러싼 주민들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생계비 배분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태안군 소원면의 경우에는 해안가와 내륙지역간 형평성 있는 배분을 요구하며 군청을 항의 방문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300여명의 소원면 주민들은 30일 ▲생계비가 지급된 태안읍의 재조사 ▲차기 생계자금 배분율 인상 ▲생계비 지급 후 남은 예비비 6억원 지급 등 크게 3가지 요구사항을 진태구 군수에게 전달했다.

주민들은 진 군수와의 면담 자리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은 소원면 어민들인데 왜 피해가 없는 태안읍 주민들에까지 생계비를 지급하냐"며 "지급 대상자가 소원면의 경우 2241세대(전체 2689세대), 태안읍은 5852세대(전체 1만215세대)인 것 만으로도 납득 되지 않는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또 이번 상황을 불이 난 집을 예로 들어 "불이 난 집과 그을린 집, 연기만 맡은 주민들이 있다면 군은 전자, 후자의 주민들에게 보상금을 똑 같이 적용한 꼴"이라며 "생계비를 지급하고 남은 예비비 6억 원을 사용해서라도 형평성을 맞춰 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소원면 주민인 김화김(여.70.의항2리)씨는 "태안읍의 일부 양심 있는 주민들은 `나한테 나온 생계비를 피해가 큰 바닷가 주민들에게 전달해 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차후에 지급될 생계비에 대해서는 정확히 판단하고, 지급해 달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민 김인숙(여.48.만리포)씨는 "소원면의 경우 3면이 바다, 1면이 육지인데 반해 원북면은 3면이 육지, 1면이 바다인데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 개인당 생계비가 평균 200만원씩 더 지급됐다"며 "생계비라는 것은 정말 어려운 사람들에게 지급하라고 정부와 국민이 주는 돈이기 때문에 차후에는 이번과 같은 실수가 없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태안 기름오염 사고 피해 주민에 대한 생계비 지급 기준 등을 놓고 반발하고 있는 소원면 주민들이 30일 태안군청으로 몰려와 군수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 태안 기름오염 사고 피해 주민에 대한 생계비 지급 기준 등을 놓고 반발하고 있는 소원면 주민들이 30일 태안군청으로 몰려와 군수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이에 대해 진태구 군수는 "태안에서 피해를 안 봤다고 말하는 주민들은 없다"면서 "피해 주민들을 위해 지급한 소중한 311억 원을 놓고 상당히 심도 있는 심의했는데도 불구하고 이같이 일이 벌이진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진 군수는 이어 "다음에 생계자금이 지원된다면 이날 주민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전날 소원면사무소에서 열린 긴급 생계비 지급 심의회의에서는 소원면장이 자신에게 항의하는 주민들을 향해 "회의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물리적인 힘을 동원해서라도 회의를 진행 하겠다"는 말로 주민들의 화를 돋웠다가 회의가 한 때 중단되는 등 욕설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으로 돌변하기도 했다.

2시 간 가량 중단된 후 재개된 심의 회의에서는 소원면 전역을 A,B,C로 나눠 65억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하자 화가 난 주민들은 이날 면사무소를 다시 찾아 건물의 유리창을 파손하는 등의 물리적인 출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주민은 이에 대해 "주민들이 돈 한 푼 더 받기 위해 항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도 화를 돋운 면장의 처세가 잘 못 됐다"며 "세대수가 많은 소원면의 경우 생계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배분되다 보니 주민들이 분노가 폭발 직전"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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