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후 관리 지속적으로 해야
▲ 변상형 이응노 미술관장 |
모든 생활권을 시내중심으로 어린시절을 보냈던 나에게 시내에 나가고 싶었던 심정은 어찌 보면 도시민으로서, 문화의 중심에서 편승하고 싶었던 욕망이 작용해서였을 것이다. 당시는 시내에 가면 모든 것이 있었다. 영화도 그림도 게임도 책도 시청도 커피도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시내에 집중되었던 모든 것들이 다양한 문화 구역과 타 지역으로 분산되어지고, 원도심 지역에서는 더 이상 경제인구의 활발함도 문화의 중심도 아닌 예전의 영광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치유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기에 이른다. 그런데 그곳에 작품을 보러간다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은 소위 '화려한 외출' 展이다. 지하상가 안을 걷다보면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공공미술이다. 건물 앞에 놓인 조형물만이 공공미술이 아닌 자생력을 상실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새롭게 의미가 일어나는 맥락에서의 공공미술인 것이다.
사실 작품을 전시하기에는 마땅치 않은 상업적 공간에서, 그야말로 삶의 현장에서 비집고 설치되어진 작품들. 그것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몇 년 동안 꾸준히 기획해오고 있는 전시의 한 일환인데, 소위 '열린 미술관' 을 말한다.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고 삶의 일상으로 찾아가는 전시, 물론 예술의 전당이 생기고 시립미술관이 생기면서 예술품의 격에 맞는 업그레이드 된 전문화된 공간에 전시가 이루어지기 시작한지 이미 오래이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미술문화의 사각지대를 배려하고 찾아가 좀더 미술을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지도록 하는 이미지 창출에 적극적인 것은 공공미술관으로서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의무사항이다.
지역민들이 생활하고 부대끼던 시·공간을 문화적 사건을 만들어 지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유도하여 자생적 공간으로서 새로운 공간으로 재창조하도록 이끌어내는 것 역시 미술이 갖는 중요한 사회적 기여이며 결국 시민들의 긍정적 기대를 이끌어내는 사회적 역할수행인 것이다.
이미 지난해에 대동, 갑천 등지에서 전개된 여러 차례의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신선하게 시도된 바 있다. 다만 작품을 설치한 이후 시민들이 이를 즐기는 행복함을 오랫동안 가지려면, 관리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공공미술의 리더로서 또한 시기관의 공적 역할로서 대전시립미술관의 행보는 시민들에게 더욱 다가서고 있다. 이 행보가 많은 시민들이 살아가는 공간에 미의 환타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잊지 않는 한 그들의 삶이 좀 더 즐겁고 기쁘게 될 수 있는 갖가지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미술은 시민 가까이에 늘 행복한 삶의 다른 얼굴이다. 이것이 가능하게 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공공미술로서 '열린미술관'의 전시는 다른 시공간으로 미술을 열리게 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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