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 단원들 학암포서 방제작업

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 단원들 학암포서 방제작업

태안에 울려퍼진 ‘희망선율’

  • 승인 2008-01-24 00:00
  • 신문게재 2008-01-25 6면
  • 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 연정국악문화회관 단원 50여명이 24일 태안군 학암포 해변에서 기름먹은 바위를 닦아내고 있다.	/특별취재반
▲ 연정국악문화회관 단원 50여명이 24일 태안군 학암포 해변에서 기름먹은 바위를 닦아내고 있다. /특별취재반
아름다운 국악의 선율을 들려주던 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 단원들이 악기 대신 헌 옷을 쥐고 자원봉사에 동참했다.

매서운 칼바람이 불던 24일 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 단원 등 50여명은 태안을 찾았다.이른 아침 대전을 떠나 오전 10시께 학암포 해안에 도착한 이들을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코끝을 아리게 하는 차가운 바닷바람이었다.

이날 태안지역 해안가는 계속 내리던 눈은 그쳤지만 기온이 뚝 떨어진데다가 바닷바람이 강하게 불어 하루종일 영하의 추위가 계속됐다.

버스에서 내린 이들은 추운 날씨에 얼굴을 찡그릴 만도 했지만 재빨리 방제복과 장화, 장갑 등을 갖춰 입고 미리 준비해 온 솔과 헌 옷 등을 손에 쥔 채 해수욕장에서 약 1km 떨어진 갯바위 쪽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김병곤(43)씨는 “평소 직원들끼리 봉사활동을 가자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날도 일부 단원들은 겨울 방학 특강 기간 동안 수업을 계속 진행하느라 참석하지 못할 만큼 각종 행사 등으로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동참이 좀 늦었다”고 미안해 했다.

그는 “평소 타악기를 연주하기 때문에 북채 등을 쥐고 있을 때가 많지만 바위에 묻은 기름 제거를 위해 솔을 쥐어보기는 처음”이라며 “낯설지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열심히 닦아 내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들 동훈(14)군도 “아빠가 태안으로 자원봉사를 가신다고 해 데려가 달라고 졸랐다”며 “막상 와보니 춥고 기름냄새가 많이 나 힘들지만 동생(종훈·12)과 함께 열심히 기름을 닦고 돌아 가겠다”고 말했다.

구석구석 기름이 닦이지 않은 바위에 삼삼오오 자리를 잡은 단원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작업을 시작한 지 채 10분이 지나기도 전에 땀을 흘릴 만큼 힘을 다해 기름을 닦아냈다.

이들은 또, 그동안 개별적으로 자원봉사에 나선 동료들의 지도를 받아가며 요령껏 바위 틈새에 묻은 기름 한방울까지 닦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오은영(여·33)씨는 “기름 묻은 바위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프고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며 “바위에 들러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기름 찌꺼기이지만 최선을 다해 기름을 제거하고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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