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현대도시와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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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현대도시와 축제

[중도춘추]송전 대전연극협회장

  • 승인 2008-01-24 00:00
  • 신문게재 2008-01-25 20면
  • 송전 대전연극협회장송전 대전연극협회장
▲ 송전 대전연극협회장
▲ 송전 대전연극협회장
연말에 통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 다녀왔다. 필자의 전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도시여서 자주 들르는 곳이지만, 육중하고 빈틈없는 독일인의 특성과는 약간 달리 베를린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었다.

인구 450만의 대도시 베를린은 1989·90년 통일이 이뤄지면서 지난 45년 동안 분단의 불구상태를 극복하느라 전 세계 최대 규모의 토목공사를 벌였다. 전쟁의 폐허 상태로 방치되어 있던 ‘포츠담 광장`은 초현대적인 빌딩의 숲으로 변했고, 브란덴부르크 문을 경계로 끊어져 있던 베를린 문화대로 ‘운터 덴 린덴(‘보리수 아래`)` 대로가 화려하게 부활했고, 오랜 역사 전통을 지닌 여러 극장들이 자리 잡은 ‘프리드리히 대로`는 예전의 공연예술 특히 연극의 메카로 거듭 태어나고 있었다.

사실 베를린은 365일 내내 축제를 벌이는 도시이다. 그래서 베를린 시의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일 년 내내 Durchs Jahr`라는 공시 면에는 시에서 연중 열리는 각종 축제와 장소가 자세히 공시되어 있고, 월간으로 발행되는 ‘베를린 프로그램`(3유로)에는 각종 문화프로그램이 소개된다.

사람의 특성을 논할 때 ‘생각하는 존재`로서의 ‘호모 사피엔스`, ‘공작(工作)하는 인간`으로서의 ‘호모 파베르`등이 있지만, 21세기에 와서 특별히 관심을 받는 인간의 특성으로는 ‘놀이하는 인간`으로서의 ‘호모 루덴스`이다. 이 특성이 세계 각 대도시의 축제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문화사학자 요한 호이징가는 문명은 놀이에서 발생했으며, 문화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일상을 벗어나 자유로워지려는 것은 인간 본성이기 때문에 일상과 축제는 삶의 양면이라는 의미이다.

대전의 문화계 안에서도 축제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23년의 전통을 이어온 한밭축제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2007년에 일시 중지되었고, 이를 개선하고 특성화된 대전만의 축제를 새롭게 만든다고 해서 ‘H2O 축제`가 올 8월 하순 경에 제 모습을 화려하게 드러내게 될 것이다.

‘H2O`라는 축제이름은 과학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대전의 도시 성격에 걸 맞는 산뜻한 명칭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자연의 물은 풍성하지 않지만, 갑천, 유등천, 대전천 등 3개의 하천이 도시를 관통하며 흐르고 대청호라는 큰 인공호수가 조성되어 있으며 예로부터 비가 풍성하여 풍년이 빈번했던 한밭 고을이 현대에 이르러 한국의 과학을 이끌어가는 도시로 변모해 있는 지금, 정해진 축제의 이름은 얼핏 생경할 수 있지만 대전에 적합한 대전만이 지닐 수 있는 축제이름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전통을 지닌 옛 축제를 없애거나 대체한다는 생각 보다, 새로운 축제를 하나 더 만드는 방안이 더 나을 듯싶다.

작년 한밭 축제 예산이 2억이었다. 새로운 축제 ‘H2O 페스티벌`에는 5억의 예산을 상정하고 있다. 이 정도 규모는 2조5천억에 이르는 대전시 예산에서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이다. 십억을 쉽게 넘는 가시적인 도로 개설 보다, 시민들의 마음과 정신에 작은 골목길과 여울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성공적인 한 축제가 일으키는 경제적인 효과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H2O 페스티벌`이 대전만의 특성화된 축제로 자리 잡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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