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마음속 ‘108마리 코끼리’ 주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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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책읽기]마음속 ‘108마리 코끼리’ 주인이 되자

  • 승인 2008-01-22 00:00
  • 신문게재 2008-01-23 11면
  • 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
수행승 길 걷게 된 서양 불교도
법문 동영상 전 세계인에 ‘인기’
몸과 마음 영혼을 위한 안내서


▲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제목부터가 너무도 특이해서 시선을 끌고, 내용을 보면 요즘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마음 다스리는 법을 다루고 있어 너무도 마음에 드는 책이다. 거기다 이 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제조기라 불리는 류시화씨가 직접 번역한 책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책의 원저자인 아잔 브라흐마도 예사롭지 않다. 영국 런던의 노동자 계급 집안에서 기독교인으로 태어난 아잔 브라흐마는 기독교 학교를 다니고 성가대에서 활동하다가 17세 때 학교에서 우연히 불교 서적을 읽던 중 자신이 이미 불교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장학생으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했으나 대학 졸업 후 1년 동안 고등학교 교사를 한 뒤 태국으로 건너가 스스로 삭발하고 수행승의 길을 걷게 되었다.

수행승이 되고서야 그것이 정말로 오랫동안 바라던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당시 최고의 스승 아잔 차를 따라 9 년 동안을 수행의 길을 걷는다. 숲 속 수행승으로 철저한 배움의 시기를 보내고 난 후 그는 다른 제자들과 함께 호주로 가서 직접 벽돌 쌓는 일과 용접 일을 배워가며 남반구 최초의 절을 세웠다. 절을 짓는 데 오랜 시간을 들여야 했던 그는 직접 고된 노동을 해야 하는 일과 속에서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그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절을 완공하고 1년 후 그 절의 주지가 되었고, 무엇보다도 그를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만든 것은 그 특유의 유머와 통찰력으로 가득한 법문을 통해서이다. 매주 금요일 절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리는 그의 법문 동영상은 전 세계에서 매년 수백만 명이 접속해 들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의 법문은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들과 힘든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어왔다.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는 몸과 마음, 영혼을 위한 안내서이다. 삶, 고통, 사랑, 두려움 등 마음 속에 존재하는 108마리의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를 실어 두었다.

원하는 것에는 끝이 없지만 원하는 것으로부터의 자유에는 끝이 있다. ‘마음속 코끼리를 따르지 말고 그 코끼리의 주인이 되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는 법은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법과는 차원이 다르다.
야생의 코끼리를 자유롭게 풀어놓으면 마음 내키는 대로 짓밟고 돌아다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음 속 코끼리를 정복하지 않으면 삶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문제를 일으키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길들여지지 않은 마음속 코끼리이다. 화를 내는 대부분은 기대가 무너진 데서 촉발된다.

한 서양인 불교도가 동양에 와서 승려가 되어 깊은 산중에서 60일간의 안거수행을 시작했다. 안거수행이라는 것이 새벽 3시 기상 3시 10분부터 가부좌를 하고 50분 명상, 10분 걷기 명상으로 하루를 보내는 수행으로 식사도 그 자리에서 하고 잠도 10시가 되면 그 자리에 누워 잘 수가 있다.

이런 수행을 60일간 하다 보니, 가부좌에 서툰 서양인은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다른 동양인들이 아무 불평 없이 수행하는 것을 보고 꾹 참고 그래도 시작했으니 끝까지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마지막 60일을 끝까지 버텨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50분 동안, 이제 50분만 지나면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 편하게 잠을 청할 생각을 하며 50분을 버티고 버텨 드디어 안거수행을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저 쪽에서 수행이 부족한 거 같으니 2주만 더 하자고 자기들끼리 협의가 끝났으니 더 하자고 수군거린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50분 동안 얼마나 참고 고대해 왔던 순간을 맞이하지 못하고 다시 2주를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서양인은 그래도 같이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화를 꾹꾹 눌러 참으며 다시 안거수행에 들어간다. 그렇게 20분이 지나갈 무렵 종이 울리며 수행이 끝났다는 소리가 들린다. 너무 황당했던 서양인은 깨닫는다. 마지막 20분이 지금까지 수행했던 동안에 가장 빨리 흘러갔던 시간이었음을..........

기대가 크면 클수록 그 기대가 무녀졌을 때 화가 많이 난다는 말이 딱 맞는 대목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마음속 코끼리를 따르지 말고 그 코끼리의 주인이 되라. 그것이 진정 술 취한 코끼리를 길들이는 법이라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술 취한 코끼리를 길들여보자. 그리고 진정 힘 있는 충청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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