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그리운 국민배우 김승호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규식]그리운 국민배우 김승호

[수요광장]이규식 한남대 유럽어문학부 교수, 대전문인협회장

  • 승인 2008-01-22 00:00
  • 신문게재 2008-01-23 21면
  • 이규식 한남대 유럽어문학부 교수이규식 한남대 유럽어문학부 교수
▲ 이규식 한남대 유럽어문학부 교수, 대전문인협회장
▲ 이규식 한남대 유럽어문학부 교수, 대전문인협회장
한동안 상승세를 타던 국산영화의 시장점유율이 한풀 꺾이면서 하향세를 그린다고 한다. 최근 몇 년간 우리영화는 흥행호조에 힘입어 강력한 문화상품으로 등장하면서 투자 자본과 인력이 몰리는 등 화려한 르네상스를 경험하였다. 영화 한편의 관람객이 1,000만명을 훌쩍 넘었고 예전에는 상상 못했던 높은 값으로 수출되어 외국에서 호평을 받고 각종 국제영화제 입상으로 작품성이나 수준도 인정된 셈이다.

그 뒷켠에는 오랜 세월 영화인들의 숱한 고난과 노력, 희생, 걸출한 공헌이 뿌리 내리고 있다. 임권택 감독이 세계적인 거장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도 `광야의 호랑이, `두만강아 잘있거라` 같은 작품을 만들면서 1960년대 영화의 영세성과 참담함을 체험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국산영화가 이즈음 심상치 않은 기류를 타고 있다. 소재확산, 마케팅 전략 현대화 같은 여러 해법이 나오겠지만 이 시대의 즐거움과 아픔을 연기하는 걸출한 배우가 흔치 않은 것도 거기에 한몫 거들지 않을지. 세대간의 정서편차를 보듬고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새로운 `국민배우`의 등장이 기다려진다.

따뜻한 카리스마, 아버지를 연기하다

한국 영화사에서 명멸했던 숱한 연기자 가운데 김승호(1918-1968)씨를 기억하는 사람은 이제 그리 많지 않다. 김승호는 타고난 재능, 끝없는 연기욕심, 성실한 노력, 영화에 대한 진지한 신념 등에서 단연 별처럼 빛난다. 해방공간 이후 1950-1960년대에 이르는 기간 궁핍했지만 넉넉했던 우리 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탁월한 연기로 그려내면서 영화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면서 대중의 관심을 스크린으로 이끌어 냈던 것이다.

이제는 세계 유수 영화제 입상이 흔하지만 김승호가 영화 `마부`로 베를린 영화제 특별은곰상을 받을 당시 우리나라의 국력과 국제적 인지도, 영화계 여건 등을 감안할 때 이 수상은 우리나라 현대문화사를 대문자로 기록한다. 요즈음 아버지 역할로 인기를 얻은 이순재, 신구, 주현씨 등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김승호의 이미지는 일견 주착스럽고 실수연발의 고집불통 아버지상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거기에서 그는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 영(令)이 서는 아버지, 가족통합-조정의 명수인 아버지의 힘을 함께 보여준다. 속깊은 헤아림과 너그러움, 너나없이 고단했던 삶속에서도 현실을 긍정하고 향유하면서 속깊은 사랑과 내면의 고뇌를 천의무봉하게 연기하였던 배우였다.

死後 40년, 다시보는 김승호

`김승호 다시 보기` 는 우리 영화 발전을 위한 작고 영화배우 재조명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점차 사라지는 아버지의 당당한 권위와 역할이 새삼스러운 사회학적 측면에서도 필요한 때인듯 싶다. 김승호가 연기했던 1950-1960년대 아버지상이 그립다. 그런 아버지는 지금 어디 있는가. 이즈음 부권(父權)상실, 가족해체, 세대간 갈등 같은 혼돈속에서 언제나 거기 우뚝 서있는 아버지, 카리스마속에 담긴 속 깊고 너그러운 아버지 모습을 김승호의 연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상을 떠난지 올해로 꼭 40년. 이제 잊혀져가는 영화배우 김승호의 연기와 이미지가 스크린을 벗어나 가정으로, 사회로 확산될 만큼 우리는 지금 절실하게 `아버지像`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2. "내 아기 배냇저고리 직접 만들어요"
  3. "우리는 아직 청춘이야"-아산시 도고면 주민참여사업 인기
  4. (주)코엠에스. 아산공장 사옥 준공
  5. 아산시인주면-아름다운cc, 나눔문화 협약 체결
  1. (재)천안과학산업진흥원, 2024년 이차전지 제조공정 세미나 개최
  2. 천안문화재단, '한낮의 클래식 산책-클래식 히스토리 콘서트' 개최
  3. 충남 해양과학고 김태린·최가은 요트팀 '전국체전 우승'
  4. 천안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응 총력
  5. 천안시, 직업소개사업자 정기 교육훈련 실시

헤드라인 뉴스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NH농협은행에서 15억 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은 25일 외부인의 사기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15억 2530만 원,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3월 7일부터 11월 17일까지다. 손실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해당 차주는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고 부동산담보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번 사고가 외부인에 의한 사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고소나 고발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사기관..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은 자치구 방문행사로 대전 발전의 핵심 동력인 유성구를 찾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을 통한 유성 발전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5일 유성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구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8기 2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자치구 현안과 구민 건의사항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8년만에 착공을 앞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시에서 했던 일들 중 가장 무기력했고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고 평가받던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이 기본계획이 수립된지 28년만인 다음달 말..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이 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음 달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예정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0∼2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리터당 1.47원 상승한 1593.06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도 0.83원 오른 1422.31원으로 나타났다. 10월 둘째 주부터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지만, 상승 폭은 다소 둔화됐다. 대전·세종·충남지역 평균가격 추이도 비슷했다. 이들 3개 지역의 휘발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