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태안 ‘사랑으로 녹인다’

얼어붙은 태안 ‘사랑으로 녹인다’

눈보라 속 봉사자 줄이어… 방제작업 구슬땀

  • 승인 2008-01-21 00:00
  • 신문게재 2008-01-22 7면
  • 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21일, 태안 일대에는 하루종일 눈보라가 휘몰아쳤지만 3만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의 온정의 손길은 막지 못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태안 지역은 기압골의 영향을 받아 아침부터 눈이 내려 오전 10시에는 대설주의보가 발효됐다.

많은 눈과 함께 평균 풍속 3.4m/s의 바람이 불면서 낮 기온은 영상 2도의 분포를 보였지만 해안가에서 작업을 펼친 자원봉사자들은 영하의 추위에 맞서야 했다.

강한 눈보라와 추위 속에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계획을 순연하거나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이날 모항항에는 군인과 경찰 등 1000여 명을 비롯해 16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아침부터 내린 눈 때문에 해안가 안쪽 갯바위로는 이동이 어렵다고 보고 이 지점에 투입될 예정이었던 군과 경찰 병력 1000여 명의 방제작업을 취소했다.

또, 일부 자원봉사자들도 기상 조건 악화로 현장에 도착한 뒤 아쉽게 자원봉사를 포기하고 돌아가 실제 참여 인원은 200여 명에 그쳤다.

강한 눈보라에 일부 자원봉사자들이 자원봉사를 포기하고 발걸음을 되돌렸지만 많은 봉사자들은 언 손을 녹여가며 열심히 기름 제거 작업을 펼쳤다.

이날 가족과 함께 개목항을 찾은 박구현(47·서울 송파구)씨는 “서해안 지역에 눈이 내린다는 소식에 아침 5시 출발하기전 전화를 해보니 눈이 내리지 않는다고 해 출발했다”며 “막상 도착해보니 눈이 많이 내려 포기하고 돌아갈까 망설였지만 어렵게 시간을 맞춰 아이들과 함께 계획한 일이라 열심히 맡은 일을 하고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씨의 아들 래오(13)군도 “손과 발이 꽁꽁 얼만큼 춥다”면서도 “동생과 함께 열심히 기름을 제거하고 가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특히 이날 회사 동료들과 자원봉사에 나선 조인식(SK해운)씨는 “이번 기름 유출사고를 통해 한번의 사고로 이같이 엄청난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전 직원들과 함께 느꼈다”며 “같은 업종에 있는 입장에서 이번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전 직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의 중요성을 깨달아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업무에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범운전자회원 30여 명과 천리포 해안을 찾아 자원봉사에 나선 전계철(51·일산)씨는 “눈이 많이 내려 앞이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지만 피해 어민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 추위에 춥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많은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피해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기름을 닦아내겠다”고 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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