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재앙에 안타깝게 숨진 고 지창환(56)씨의 영결식이 열린 21일 하늘도 슬픔을 같이했다. 이날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고인의 한을 머금은 채 태안 주민들의 피맺힌 눈물의 절규를 대변하는 듯 했다.
오전 8시 40분 태안보건의료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된 고인의 영결식에는 이른 아침부터 많은 조문객들이 찾아와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유족들이 태안군 측의 군민장 제의를 거절함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러졌으며 진태구 군수와 문석호 국회의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고인이었기에 가족들의 뜻에 따라 예배로 영결식이 시작됐다.
예배가 끝난 후 운구가 이동할 때 미망인 최명화씨와 가족들은 눈물로 절규하며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토해냈다.
끌어 오르는 한을 주채할 수 없는 가족들은 영정을 부여잡고 고인의 넋을 달랬으며 영결식장을 찾은 주민들도 말을 잃은 채 가슴에 흐르는 눈물만 닦아 냈다.
고인이 운영하던 태안상설시장 내 명화횟집에서 거행된 노제에서는 인근 상인들이 태안 주민들의 절망을 호소했다.
상인들은 “사고 원인 제공자인 삼성은 사죄 한마디 없이 침묵하고 있다”며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태안 군민들은 총 궐기하자”고 향후 강경 투쟁 대응을 천명했다.
이들 상인들은 “가진자의 여유와 정부의 무능력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면서 “특별법 제정만이 살길이고 삼성은 무한배상의 책임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인의 시신은 장례식을 마친 뒤 태안읍 소원면 시목리 선영에 안장됐다.
한편 고인은 횟집을 운영하며 수산물 유통업에 종사했지만 기름유출 사고 이후 생계가 막막해지자 이를 비관해 지난 18일 열린 기름피해 특별법 제정촉구 집회장에서 제초제를 마신 뒤 온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날 숨졌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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