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닷바람의 찬 기운이 코끝을 시리게 하는 지난 19일 오전 태안군 원북면 황촌리 해안가 기름오염 피해 현장.이곳에서는 육군 제32보병사단 장병들의 힘겨운 복구 작업이 어김없이 시작됐다. 40여일 째 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는 1000여명의 군 장병들은 가만히 앉아있어도 몸이 휘청거리는 강한 바닷바람 속에서 해안 절벽과 바위, 자갈에 붙어있는 기름을 빠르게 제거해 나갔다.
기름제거에서부터 폐기물 수거까지 손발이 척척 맞는 군 장병들의 모습은 마치 톱니바퀴 처럼 맞아 떨어져 보였다. 여러대의 군용 트럭이 복구 작업에 필요한 갖은 장비를 실어나르는 장면은 대규모 군사 작전을 방불케 했다.
98연대 1대대장인 김근태(42) 중령은 “피해 현장에서 복구 작업을 벌인지 벌써 44일째 됐다”며 “겉으로 봐서는 닦아낼 수 있는 기름이 별로 없어 보지만 그 속을 파보면 아직도 엄청난 기름이 베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태안군 원북면 황촌리 일원에서 32사단 장병들이 기름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별취재반 |
그는 특히 “효율적인 복구 작업을 위해 피해 현장 곳곳에는 큰 웅덩이를 파놓고 있다”면서 “밀물에 떠내려 온 기름찌꺼기들이 웅덩이에 고이면 양수기로 퍼내고 있는데 그 양이 엄청나다”고 설명했다.
김중령은 “현재 부대에도 많은 일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피해지역의 기름제거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피해 주민들이 희망을 갖고 하루빨리 재기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복구작업에 참여한 황재호(27) 98연대 1대대 3중대 1소대장은 “군인이 국가 재난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그동안은 기름 오염 피해가 심했던 만리포 등의 해수욕장에서 복구 작업을 벌였고, 이제는 일반인들의 진입이 어려운 피해 현장에서 기름을 닦아내고 있다”고 했다.
해안가 절벽에 달라붙어 기름제거에 여념이 없던 오상진(22·98연대 2대대 8중대) 병장은 “부모님께 요즘엔 해안에 밀려든 기름띠를 제거하느라 바쁘다고 했더니 걱정을 하시면서도 뿌듯해 하셨다”며 “군대 가서 좋은 일을 한다고 자랑스러워 하시는 부모님의 말씀에 더욱 힘을 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문이나 방송에서 피해 주민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군 장병들이 한마음 한뜻이 돼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는 만큼 어렵고, 마음이 아프더라도 조금만 힘을 내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군입대 4개월 정도 됐다는 이재환(22·98연대 2대대) 이병도 “고참들을 도와 열심히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기름으로 뒤범벅 됐던 해안가 일대가 날이 갈수록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미소 지었다.
육군 제32보병사단은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 발생 후 연인원 12만5000여명의 군 장병을 피해 현장에 투입해 고상폐기물 5000t과 액상폐유 1500t, 폐흡착포 130만t 등을 수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방제 작업은 3단계로 나눠 진행되고 있으며, 1단계(12월 8일-15일) 만리포 등 7개 해수욕장 기름 제거, 2단계(12월16일-1월10일) 접근이 어려운 해안절벽 기름기 제거, 3단계(1월10일-계속) 생태계 복원을 위한 환경정화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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