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운날씨속 휴일인 20일 태안군 소근리 제방에서 방재작업으로 나온 기름걸레를 방재단들이 사다리를 이용해 밖으로 옮기고 있다./김상구 기자 |
동장군이 맹위를 떨친 20일 오전 태안군 소원면 개목항 마을 입구에서는 자원봉사자와 피해 지역 주민들의 마음이 담긴 플래카드가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듯 힘차게 펄럭였다.
구름포 해수욕장 방제대책본부 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이 일제히 버스에서 내려 방제복을 갈아입기에 여념이 없었다.
방제활동이 시작되기 1시간 전이었지만 방제복과 장화 등을 갈아입은 자원봉사자들도 눈에 띄었다. 또 상황실 옆 무료 급식 차량 안에서는 봉사자들에게 제공할 음식을 준비하는 사랑의 열매 소속 봉사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중국에서 왔다는 김천식(62·중국 연길)씨는 “한국을 찾았다가 태안 앞 바다가 (기름 유출로) 검게 변했다는 소식에 이곳으로 달려왔다”며“마음의 고향이었던 전북 전주 보다 먼저 태안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음속에만 간직해 왔던 첫 방문이지만 이렇게 큰 재앙에 동포들이 시름을 겪고 있는 줄은 몰랐다”고 안타까워했다.
오전 10시가 되자 방제 장비를 갖춘 자원봉사자들이 대책본부 상황실 앞으로 일제히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수를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였지만 그 들의 눈빛에서는 ‘태안을 찾자`는 의지가 비쳐졌다.
자원봉사자들의 방제복 착용을 돕고 있다는 정재희(여·49·서울 양천구)씨는 “TV에서 보았던 것 보다는 상황이 많이 나아진 것 같다”며 “올 여름 이곳을 다시 찾았을 때는 분명히 지금보다는 훨씬 좋아졌으면 한다”고 했다.
잠시 후 “방제복 착용을 끝낸 봉사자들은 갯바위 쪽으로 이동해 주십시오”란 안내방송이 나오자 그는 피해 현장으로 급히 자리를 옮겼다. 그를 따라 10여분을 걷자 검은 기름을 뒤집어 쓴 갯바위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 모습은 마치 기름 폭격을 맞은 쑥대밭을 연상케 했고, 파도를 타고 해안가로 밀려든 기름찌거기는 메스꺼운 냄새를 유발하고 있었다. 멀리서는 시꺼멓게 변한 대규모 굴양식장도 눈에 들어왔다.
충북 제천에서 자율방제단을 이끌고 왔다는 안운식(46)씨는 “집에만 있을수 없어 이곳을 오게됐다”며 “이날 복구 작업이 피해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자원봉사자 김동주(22)씨도 “어린 시절 보았던 깨끗한 바다가 죽음의 바다로 변했다”며 “퍼내도 퍼내도 퍼낸 흔적도 안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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