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받은 헝겊은 헤질 대로 헤져서 교체해봤지만 역시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겨우 작은 돌을 헝겊 속에 넣고 바위에 있는 기름때를 긁는 수준이었다. 이곳저곳에서 굳어있는 기름을 떼어낼 수 있는 세척용 솔을 찾는 요구가 이어졌다.
가족과 함께 파도리해수욕장을 찾은 김창원(50ㆍ대전 중구 문화동)씨는 “굳어있는 기름때를 마냥 헝겊으로 닦아낸다고 해도 잘 없어지지 않는다”며 “이제는 닦아내는 게 아니라 벗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만리포해수욕장 해변 한쪽 끝에서 방재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김효진(18)양은 욕실 청소용 솔을 이용해 바위에 붙어있는 기름을 떼어내고 있었다. 종교단체와 함께 피해지역을 찾은 김양은 미리 준비한 솔로 헝겊으로는 쉽게 벗겨내지 못하는 기름때를 제거하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플라스틱 소재의 솔은 바위 표면에 이기지 못한 채 무뎌졌다. 닳을 대로 닳은 솔로 김양은 방재활동을 벌일 수 있는 시간동안 만큼은 최선을 다했다.
태안 원유유출사고로 서해안 일대가 기름으로 덮였지만 100만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의 손길로 하루가 다르게 옛 모습을 되찾고 있다. 그러나 모래밭의 기름은 대부분 걷혔어도 바위에 굳어있는 기름은 아직도 남아있다.
추운 날씨에 기름때가 얼어붙는 등 헝겊으로는 이젠 제거가 쉽지 않다. 방재작업이 여의치 않자 자원봉사자들은 기름때를 본격적으로 벗겨낼 수 있는 방재도구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일부에서는 철심으로 만들어진 솔을 이용해 보다 적극적인 방재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자원봉사자는 “그동안 방재작업에 투입되는 재원만 해도 적지 않은 규모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보다 효과적인 방재도구를 활용해 복구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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