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농사일이 힘들다고 한다. 그렇다면 도시근로자는 편할까? 근로강도나 근로시간을 볼 때 산업전선의 도시 근로자도 만만치 않다. 사무직의 정신노동은 사오정 현실에서 농민의 육체노동보다 편하다고만 할 수 없다. 하다 못해 넥타이 맨 거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둘째 소득 수준이 낮다고 한다. 2006년말 농가소득이 32백만원, 도시가구 소득 41백만원으로 단순 통계치를 볼 때 9백만원 차이가 난다. 그러나 통계치에 없는 농촌의 어매니티를 소득으로 환산한다면 9백만원만 될까?
셋째 노인들만 남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국가 전체산업의 구조조정과정의 문제이지, 구조조정 후에 살아남을 농가의 경쟁력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넷째 부채가 많다고 한다. 2006년말 농가당 부채가 28백만원이다. 사실 너무 많다. 하지만 부채요인을 살펴보면 농업시설투자, 농기계 구입 등 농업문제와 자녀교육비, 주택구입비 지원 등 농업 외 문제도 상당부문 차지한다.
다섯째 FTA협상 등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불안하다고 한다. UR, WTO협상이 시작될 때 우리 나라 농업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것이라고 야단이 났었다. 하지만 우리 나라 농업은 잘 버텨 왔다. 바나나, 미국산 자몽, 오렌지, 칠레산 포도 등이 들어 왔지만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당초 걱정했던 것보다 미미했다.
앞으로 쌀은 어떨까? 현재 쌀이 수입되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품질문제와 애국주의 작용으로 수입 쌀은 외면당하고 있다.
지구인구 60억 중 30억이 쌀을 주식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점점 그 인구는 늘어 가는 추세로 쌀은 부족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농산물이 그렇듯이 부족하다고 해서 바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현행대로 정부가 쌀 가격을 보전해 주고 농민들이 쌀 품질을 높인다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살펴본 바와 같이 실제 어려움 보다는 농민 스스로의 좌절과 패배의식이 가장 큰 문제이다. 똑똑하고 공부 많이 한 사람들은 도시로 나가고 돈 없고 못 배운 나만 시골을 지키고 있다는 의식 때문에 농촌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우리 나라는 농사 짓기에는 가장 좋은 나라이다. 우선 시비하거나 간섭하는 사람이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사장이니 뱃속도 편하다. 작목선택의 자유가 보장되고 세금도 거의 없다. 수입 쌀이 안 팔리는 것과 같이 전 국민이 우리 농업과 농촌을 지켜야 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농업관련 보조금은 점차 확대되고 있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가 농업과 농촌을 지키려 하고 있다. 선진국과는 달리 국회의원 수가 인구비례가 아니고 행정구역 중심이기 때문에 농촌과 연관이 있는 국회의원이 많아 법제정에 유리하다.
이렇듯 농사 짓기에 좋은 나라에서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첫째는 기술농업이다. 도내 1억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농가들을 보면 대부분 농업기술자들이다. 농협 대전농산물 유통센터 사장의 말에 의하면“물건만 좋고 안전성에 대한 신뢰성만 인정된다면 비싸더라도 없어서 못 판다”고 한다. 소위『농업 신지식인』들은 고품질 농산물 생산과 인터넷 판매로 제대로 소득을 올리고 있다.
둘째는 믿을 수 있는 안전농산물 생산이다. 이제 우리 국민들 수준도 상당히 높다. 국내 농업과 농민을 위해 가급적 외국 농산물을 거부하는 정서가 팽배하고 가족 건강을 위해서 맛있고 안전성만 보장된다면 비싼 값으로 사 먹겠다고 한다. 정부에서도 농약잔류 검사 등을 점차 강화하고 있어 안전농산물 생산은 자율이 아닌 의무사항으로 되어 있다.
셋째는 전문경영이다. 과학영농으로 고품질 안전농산물을 생산 했다고 해서 모두 제 값을 받는 것은 아니다. 유통과 판매를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경영을 해야 소득과 연결될 수 있다. 우리나라 농업에는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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