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은]태안 기름유출로 인한 어민의 자살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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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은]태안 기름유출로 인한 어민의 자살을 보며…

[특별기고]박미은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08-01-20 00:00
  • 신문게재 2008-01-21 5면
  • 박미은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박미은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박미은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박미은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 속담에 “처삼촌 묘지 다루 듯 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주변의 일에 대해 가장 무성의한 관심을 나타낼 때를 쓰는 말이다. 우리는 자신이 당한 일이 아니면 주변의 고통이나 피해를 외면하기 쉽다. 요즘 태안의 기름유출로 인한 어민들의 한 숨 섞인 절망과 잇단 자살을 접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무관심한지 돌아보게 한다.

태안의 기름유출로 인한 피해는 결코 그곳 주민들만의 몫이 아니다. 넓게 보면 5000년 대대로 이어온 우리 땅의 훼손이고 한민족의 아픔이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고통을 짊어지고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사실 태안주민들의 절망은 기름유출 사건 이전부터 존재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농어촌 주민들의 삶은 안락하고 문화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먼 생존의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열악한 현실에 처해있다. 어찌 절망스럽고 울고 싶은 심정이 아니겠는가? 이번 기름유출 사건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울고 싶은 사람의 뺨을 때린 격이라고 하겠다. 그렇기에 주민들이 더욱 절망하며, 그 어려움을 감내할 수 없어 삶의 끈을 놓아 버리는 것인지 모른다.

우리에게 비추어지는 태안의 현실은 어떠한가? 매스컴에서는 전국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의 물결과 외견상 안정되어가는 방제작업의 성과, 그리고 공식적인 보상협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하루하루 힘든 삶을 이어가야 하는 취약 어민들과 생계비를 걱정하며 한숨짓는 가난한 노인들의 심정은 대변해주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생태계 훼손문제와 끝이 안 보이는 방제작업에 가려 주민들의 절망은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편향적인 보도와 경제논리를 강조하는 보상대책이 어민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피해자들이 더 이상 자신의 고귀한 생명을 내던지지 않도록 그들의 절망에 귀를 기울이고 공동체의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위기에 처한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지난 번 대구 지하철 참사를 기억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위기관리의 실패로 사고 피해자들의 고통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얼마의 돈으로 보상하면 끝이라는 식의 안일한 대책으로는 안 된다. 경제적 보상도 중요하지만,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인한 마음의 상처와 절망을 새로운 희망으로 바꾸어 놓지 않는다면 태안 주민들의 미래는 담보할 수 없다. 자살은 위기에 처한 사람이 선택하는 극단적인 행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확실한 대안만이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바꿀 수 있다.

그렇다면 태안 주민의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현재의 어려움이 해결되고 새로운 삶이 이어진다는 희망을 제시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방제작업을 제도화하고, 피해책임과 보상을 철저히 하되, 사고로 인한 정신적 상처도 반드시 다루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시급한 것은 여론의 관심이나 보상논의에서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가난한 노인들과 취약어민들의 생계와 인권을 보장하는 긴급 지원책도 곧바로 시행되어야 한다.

또한 주민들 스스로 주변을 돌아보아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까이서 서로 돌보아 주고,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요청할 수 있는 위기관리 체계를 지역단위로 마련해야 한다. 죽음을 생각하는 위기의 상황도 따뜻한 손길과 실질적인 대안만 있다면 새로운 희망으로 변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 얼마 있으면 민족의 명절인 설날이 찾아온다. 이는 묵은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해를 맞으면서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는 날이다. 우리 모두의 따뜻한 관심과 확실한 대안을 통해 고통 속에 처한 태안 주민들이 절망에서 벗어나 희망을 이야기하는 날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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