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훈]세월과 소리의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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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세월과 소리의 질서

[문화초대석]김병훈 충남대 관현악과 교수

  • 승인 2008-01-20 00:00
  • 신문게재 2008-01-21 20면
  • 김병훈 충남대 관현악과 교수김병훈 충남대 관현악과 교수
▲ 김병훈 충남대 관현악과 교수
▲ 김병훈 충남대 관현악과 교수
달이 차면 달력을 넘기거나 찢어 버린다. 그저 한 달이 또 갔구나 할 뿐, 별 의미 없이 하는 일 중 하나이다. 그러나 12월을 떠나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때는 좀 다른 것 같다. 새 달력으로 교체하기도 하지만 뭔가 이런 저런 생각이 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해년을 맞이할 때는 황금 돼지해라고 해서 복동이 얻으려는 희망의 소리를 들었는데, 정작 떠나보낼 때는 시커먼 기름 뒤범벅된 태안 앞바다의 파도소리에서 절망의 소리를 들었다. 세월은 그저 제 갈 길가고 세상은 스스로 살아가는 소리를 지녔을 뿐 일 텐데, 세월도 나누고 소리도 나누어 제 각각 이름을 붙여 놓고 있는 까닭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인간들의 방편일 것이다.

세상에는 아주 많은 종류의 소리가 있다. 고른 소리가 있는가 하면 시끄러운 소리가 있고 높은 소리와 낮은 소리로 나누기도 한다. 또 강한 소리도 있고 약한 소리도 있으며, 빠른 소리와 느린 소리, 긴소리와 짧은 소리로 나누기도 한다. 너무 크거나 작아서 또는 너무 높거나 낮아서 사람들은 들을 수 없는 소리가 있음에 대해서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이름으로 표현된 이 소리들은 따로 존재함이 아니라 어떤 한 소리를 필요에 따라서 인식하기 위한 다른 이름일 뿐이다. 앞에서 말한 정해년에 들은 희망의 소리와 절망의 두 소리는 결국 하나였다. 우리 전통적 언어를 빌려 말하자면, 희망의 소리와 절망의 소리는 밝음과 어둠으로 나타낼 수 있는 소리의 두 측면이므로 음양론적 관계에 있다.

옛 선인들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밝음과 어둠의 질서를 보았고 이를 바탕으로 소리의 질서를 정하였다. 이와 같은 자연의 소리를 성(聲)이라 하였고, 그 성에 대응시킨 기물(器物)의 소리를 음(音)이라 하였다. 성과 음은 소리의 또 다른 음과 양을 뜻한다. 음과 양이 둘이며 하나이듯이 성과 음은 하나이며 둘이고 둘이며 하나이다.

옛 선인들이 구획한 12달에 대응시킨 12율의 기준은 동짓달에 배당된 황종으로 중심음 이다. 또한 시작과 끝을 의미하는 주음이 되었다. 중앙과 사방에 배당한 궁ㆍ상ㆍ각ㆍ치ㆍ우 다섯 성질의 소리를 줄기로 삼고, 식물의 성장 모습을 본떠 황종ㆍ대려ㆍ태주ㆍ협종ㆍ고선ㆍ중려ㆍ유빈ㆍ임종ㆍ이칙ㆍ남려ㆍ무역ㆍ응종 12율은 가지로 삼았다. 줄기와 가지는 유기적으로 관계 지어진 하나의 생명체이다.

동짓달 황종율에 배당한 띠는 쥐(子)이다. 2008년 올해가 무자년 쥐띠의 해이다. 작게는 12년 주기의 새로운 가지의 시작과 60년 주기의 큰 줄기의 시작을 의미한다. 60년 전 1948년은 대한민국 건국의 해였다. 지난 60년 동안의 그 많은 소리들이 질서 있는 소리로 흡입되어 생명을 살리는 길을 걸어 왔는지 한 번 생각해 본다.

올해는 새 정부가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 소리를 내고 있다. 소리도 생명체이기 때문에 생멸한다. 그러나 소리의 본질은 불멸이다. 참된 소리의 질서를 이해하고 바람직한 소리를 낸다면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 공명현상을 일으켜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 더 크게는 국가와 인류에 이바지 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것이 소리의 조화로움에서 얻어지는 음악적 가치이다.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 하는데 문화산업의 디자인은 음악적 가치에서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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