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사회적 의존관계 복원이 시급하다

[안상윤]사회적 의존관계 복원이 시급하다

[기고]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 승인 2008-01-17 00:00
  • 신문게재 2008-01-18 7면
  •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교수
▲안상윤 건양대교수
설마 하며 우려했던 일이 죽음의 해안으로 변해버린 태안에서 벌어지고 있다. 순전히 타의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선량한 주민들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다. 어떤 이유든 불행한 일임에 틀림없다. 처음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한 TV 뉴스 인터뷰에 출연한 주민은 비통한 어조로 분명히 말했다.“이와 같은 일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 말이 현실화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불행한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기름유출로 인하여 파괴된 생태계가 완전히 복원되는 데는 20년은 족히 걸린다고 한다.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에게는 현재도 문제지만 미래가 더 비관적이다. 충분히 자살 충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우선 자신에게는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의식에 이르고, 그 다음으로는 미래에도 결코 기쁜 일이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생각에 이르면 자살을 선택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때문에 태안에는 지금 당장은 물론 미래에 대한 실질적 희망 내림이 필요하다. 하루씩 왔다가는 봉사활동이 주민들에게 위안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자살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자살에 대한 심층적 연구를 한 프랑스 사회학자 뒤르켐은 자살의 원인을 개인의 심리적 이유보다는 사회적 병리현상에서 찾고 있다. 그는 자살에 대한 사회적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한 것으로 유명하다. 자살은 개인이 자유의사에 의해 목숨을 끊는 것이지만, 그러나 그 원인은 사회적인 현상이나 실체가 대부분이다. 이번 태안 주민의 자살사태는 분명히 사회적 측면에 책임이 주어진다. 때문에 정부는 더 이상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해내야 한다.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개인 각자는 사회 각 분야와 긴밀한 의존관계에 있으며, 특히 경제적 측면에 가장 크게 연계되어 있다. 이 의존관계의 단절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자살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해고자들 중에는 사회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여 자살하는 사람이 있다. 이처럼 사회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는 개인은 자살을 선택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선진화된 사회에서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에 하나는 개인의 사회에 대한 의존관계 의식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주고 교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봉사활동과는 별도로 피해를 당한 주민들이 사회적 의존관계 의식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실질적인 보상이 확실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선 보상을 하고 절차를 밟아 관련 업체나 보험회사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경제적 보상과 함께 어떤 경우에도 어려움에 빠진 국민을 지원한다는 의지를 정확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 이 지역에서 사회적 의존관계를 교란시킨 가해자격인 기업체들도 변명을 일삼기보다는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현실적인 보상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주민들이 비관적 예측보다는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와 신념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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