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현 국립 공주대학교 총장 |
차기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들 중에 대학입시업무의 대교협(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관과 고교등급제 허용은 규제에 익숙한 교육관계자들에게는 파격적이다. 이는 대학과 지역별 자율성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각 대학이 이룩한 성과를 공개하여 결국 대학간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공교육의 수준과 질을 끌어 올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과거 산업자본시대에서 지식기반 경제로의 시대적 변혁기에 국가 경쟁력의 원천은 창조적인 우수 인재(human capital) 육성에 전적으로 달려 있는 것임에 비추어 볼 때 신정부의 교육정책에 많은 공감을 한다.
차기 정부의 교육정책은 줄곧 참여정부의 그것과 대비된다. 차기 정부가 자율과 경쟁을 강조할수록 참여정부에서의 규제가 비판적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규제위주의 교육은 비록 참여정부만의 산물이 아니며 수십년 간 우리 교육계를 지배해왔던 오래된 관행이었다. 그리고 그 관행에는 정부가 대학을 이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늘 작용하였다. 대학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역대 모든 정부가 대학에 특성화와 경쟁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을 요구하였다. 참여정부 역시 그런 방안의 하나로 국립대학 법인화를 추진하였다. 그러나 막상 법인화의 내용을 보고 많은 국립대학이 반발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관치의 요소가 오히려 강화된, 무늬만 자율화로 보였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자율과 경쟁에 의한 대학발전을 추구한다면 우선 정부부터 과감히 통제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법과 제도를 바꾸어 대학을 압박하려는 것도 일종의 관치일 수 있다. 좋은 제도를 통해 더 빨리 더 효과적으로 대학의 발전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노력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현재의 제도 테두리 내에서도 대학 스스로의 자발적인 노력을 유인할 수 있는 길도 얼마든지 있음을 정책당국은 우선 알아야 한다. 진정 자율화를 원한다면 대학 스스로 노력하는 모든 것에 먼저 관심을 갖고 존중하는 풍토부터 만들어야 한다. 수년간에 걸쳐 이룩한 대학구성원들의 피나는 노력이 정부 관료의 즉흥적인 판단에 의해 내동댕이쳐지는 토양에서는 자발적 개혁의 싹은 피어날 수 없다.
부디 ‘이명박 정부’ 는 대학의 진정한 자율을 보장하고, 여건이 열악한 대학들에 대하여 일정기간 동안 지속적인 재정지원을 통해 대학이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정책 로드맵을 제시해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그것이 진정 이명박 당선인이 강조하는 섬김의 자세이며 대학 발전의 동력을 유인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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