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가족… 그 소중한 의미를 잊고 살진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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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책읽기]가족… 그 소중한 의미를 잊고 살진 않았나요?

  • 승인 2008-01-15 00:00
  • 신문게재 2008-01-16 11면
  • 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
저자 윤문원 ‘월간중앙’ 1년여 연재 묶어
보릿고개~현재 ‘가슴 뭉클’ 가족 이야기
오늘 부모.형제.자매에 사랑고백 해볼까


2007년, 우리나라는 WEF(World Economic Forum)가 발표한 세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당당히 11위를 차지할 만큼 괄목할만한 국력 성장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비약적인 물적 성장이 곧바로 삶의 풍요와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님을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러면서 작년부터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가족의 행복, 진정한 행복찾기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면서 출판계를 장식했고, 이런 현상은 작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희망이라는 새로운 이슈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궁핍한 삶을 영위해가면서도 자식을 위해, 부모를 위해 헌신하는 아름다운 가족 이야기를 통해 가족 사랑의 소중한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아부지, 저희 집으로 가입시더』는 《월간중앙》에 '작가 윤문원 에세이 내 마음의 가족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장장 16개월 동안 절찬리에 연재된 글에 네 편의 에세이를 추가해 펴낸 책이다. 이 책은 먹을거리조차 부족했던 6,70년대 보릿고개 시절부터 21세기에 접어든 최근까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우리의 가족 이야기를 가슴 뭉클한 감동과 함께 담아내고 있다.

저자인 윤문원씨는 칼럼리스트로 조선일보에 '영화와 논술'을 연재하고 있으며, 가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가족이란 언제나 함께 하기에 그 소중한 의미를 잊고 사는 공기와 같다” 그러기에 이 책을 통해 가족 사랑의 소중한 의미를 재발견하는 바탕이 되길 바란다고 소망을 적고 있다.

이 책에는 6,70년대 보릿고개 시절 얘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가족에 관한 따스한 얘기들이 많은데 6,70년대 보릿고개 이야기가 더 많은 감동을 주지만 나 자신부터 그런 이야기에 식상하기 때문에 요즘 얘기를 한도막 소개한다.

'게임에 빠진 아들'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아들은 그동안 자신의 용돈을 아끼고 모은 돈으로 플레이스테이션을 사가지고 들어온다. 아버지는 대입준비에 지장을 줄까봐 나무랐지만, 아들은 공부하다가 잠시 머리를 식히는 시간에 해보려 한다며 우겨댔다.

아들의 성적은 줄곧 상위권을 유지했는데 공부 열심히 하는 아들이 안쓰러워 아버지는 가끔 학교 끝나는 시간에 아들을 데리러 갔는데 어느 날인가 학교 앞에서 기다려도 아들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상한 느낌에 집에 12시가 넘어 들어온 아들에게 물어보니, 공부를 좀 더 하고 친구들과 라면 먹고 들어왔다고 하면서 앞으로는 학교에 오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집에 돌아오면 게임에 빠져 밤을 세우기가 일쑤였다. 성적은 바닥을 쳤고, 어느 날인가 아래 집에서 누군가 밤마다 창문으로 담배꽁초를 떨어뜨린다고 난리가 나서 가만히 살펴보니 그 범인이 아들이었음을 눈치채고 화가 나는 것을 꾹 참고 아버지는 굳은 결심을 한다. 그리고는 아들이 피우는 담배보다 비싼 담배를 사서 재떨이와 함께 아들의 책상위에 놓아두고는 이메일을 보낸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지만 굳이 말하지 않겠다. 다만 아빠가 말하고 싶은건 담배를 끊을수 있을 정도의 각오가 없다면 네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계속 담배를 피우고 싶다면 아빠가 좋은 담배를 계속 사주마. 앞으로 담뱃재는 반드시 재떨이에 떨기 바란다.

물론 아들은 담배를 끊었다.
하지만, 아들은 결국 게임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PC방을 전전하다가 2번의 재수를 하고 결국에는 자기 점수에 맞는 학교를 입학한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게임에 빠져 엉터리 대학생활을 하다가 군대를 가게 되는데 아들이 입대하면서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한다.

‘군에서 강한 정신력을 키워오겠습니다. 대학은 자퇴했습니다. 군대 마치고 열심히 공부해서 꼭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듣고 탓하지 않고 묵묵히 얘기를 다 듣고나서 자식의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라고 격려해 주셨고, 이에 부응해 아들은 군복무를 마치고 자신이 원하던 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고 한다.

이 책의 글들은 자식들에게 밥을 더 퍼주기 위해 자신의 밥공기에 커다란 무 토막을 넣고 밥을 담았던 어머니, 서울로 모셔가려는 딸과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고자하는 아버지의 밀고 당기기, 아들에게 스웨터 한번 떠주지 못해 연탄공장에서 배달원들에게 지급된 옷의 실을 풀어 아들의 스웨터를 떠주는 연탄배달부 어머니, 전신화상을 입고 몸져누운 어머니와 집 나간 아버지를 대신해 어린 동생을 보살피며 살아가는 심성 착한 형아 등 그 어느 한 편도 눈물 없이는 읽어 내려갈 수 없을 만큼 가슴 뭉클한 감동을 담아내고 있다.

가정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밝고 따스하게 만드는 근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읽어 가다보면 늘 가까이 있기에 사랑한다는 말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 우리들의 부모, 형제, 자매를 새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가족 사랑이 기반이 되어 우리 사회가 보다 따스하고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몇 번이고 곱씹어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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