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고등법원 자원봉사단은 14일 오후 2시께 태안군 소원면 개목항 일원서 기름제거 및 폐기물 반출 작업 봉사를 펼쳤다. |
14일 오후 2시께 태안군 소원면 개목항.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조선 유류 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40여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역겨운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현장에 대전고등법원 자원봉사단이 기름제거 및 폐기물 반출 작업에 한창이었다.
대전고등법원 현직 판사들과 직원들로 구성된 이들 봉사단은 이날 ‘태안을 살리겠다`며 일심동체가 돼 구슬땀을 흘렸다.
대전지방고등법원 이준명(38) 공보판사는 “(관계 당국이 밝힌)‘회복되고 있다`는 말과 달리 곳곳에서 기름 냄새가 진동해 깜짝 놀랐다”며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닿았음에도 아직도 바닥에는 많은 량의 기름이 흘러나와 언제쯤 복구될까하는 답답한 심정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하의 날씨에도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차가운 바닷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름과 싸우며 비지땀을 흘리는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에 제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갯바위에서 개별적으로 기름제거 작업에 나선 자원봉사자들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작업하던 김수용(50) 대전고등법원 총무과장은 “언론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상태가 심각한 것 같다”며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는 안내자의 설명을 듣는 순간 사고 당시의 참담한 상황이 머리 속에 그려졌다”고 했다.
그는 “(헌옷으로 검은 바위가) 원래 색깔을 낼 때까지 문지르는 비교적 간단한 작업인데도 온몸에 땀이 났다”며 “손을 댈 때마다 주변이 깨끗해지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꼈다”고 흐뭇해 했다.
김 과장 옆에서 머리를 숙인 채 기름 닦기에 여념이 없었던 김동건(51) 운영과장. 그는“겉으로 보기엔 깨끗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바위에는 굳은 기름이 그대로 붙어 있고, 바닷물은 기름이 섞인 채 냄새가 배어난다”며 “기름 유출로 ‘죽음의 바다`가 됐다는 말을 몸소 실감했다”고 했다.
“자원봉사자들의 열기가 식지 않아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네요.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져 피해 지역이 하루빨리 회복됐으면 합니다”김동건 과장은 자신의 바람을 이렇게 밝혔다.
구자균(47) 대전고등법원 사무관은 “아침에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큰 걱정을 했는데 막상 현장에 와보니 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안심을 했다”면서 “체험 교육 차원에서라도 아이들과 함께 다시 찾아 복구 작업을 벌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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