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장을 비롯한 판부면 기관단체장 등 40여명이 오전6시에 출발해 3시간30분이 걸려 태안군 구례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이미 먼저 온 몇백명이 모여 있었고 우리 일행은 장화 우비 고무장갑 마스크로 중무장을 했다.
현지 주민들의 안내에 따라 한 20분 가서 산에서 내려 걸레 자루 하나씩을 메고 가파른 절벽을 로프를 타고 내려갔다. 해변에 역한 기름 냄새가 풍기고 사방천지 바위들이 온통 먹물을 뒤집어써 검정돌이 돼 있었다. 자칫 잘못 밟으면 미끄러져 조심조심 자리 잡고 돌을 닦았다.
겉은 이미 괜찮아 보였지만 속을 헤치고 뒤집어 보니 타르가 떡칠이 돼 돌 하나를 수건 하나 가지고 다 닦아도 한이 없었다. 끈적끈적하고, 미끌미끌하고 기분도 안 좋고 더욱이 냄새가 역해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도 띵했다.
왕년에 도랑 치고 가재 잡던 솜씨를 발휘해 웬만치 큰 돌들을 함께 뒤집어 한 개씩 닦아 놓으면 그래도 뿌듯했다.
우리는 한 번 왔다가면 그만이지만 주민들은 매일 오는 봉사자들을 안내하고 코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해가며 고맙다고 한다.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인데 말이다.
오후 4시30분까지 했지만 한도 끝도 없다. 자연이 스스로 고치기 전에는 사람의 힘으로는 한계를 느꼈다.
바위를 닦은 수건자루와 입었던 장화 우비 고무장갑 등을 벗어 놓으니 이것 또한 산더미 같다. 또 다른 쓰레기를 만들어 주는 게 아닌가 이래저래 미안하다. 비록 하루였지만 할 일을 한 것 같다. 집에 돌아와 씻고 누우니 몸은 천근인데 마음은 새털 같이 가볍다. 여러분도 동참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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