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진]성군(聖君)과 의적(義賊)의 공통분모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윤석진]성군(聖君)과 의적(義賊)의 공통분모

[문화초대석]윤석진 충남대교수·드라마평론가

  • 승인 2008-01-13 00:00
  • 신문게재 2008-01-14 20면
  •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드라마평론가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드라마평론가
2007년에 이어 2008년에도 사극 열풍이 뜨겁다. 2007년의 열기가 식지 않는 MBC TV 창사특집드라마 ‘이산`은 물론이거니와 2008년 새해 벽두부터 높은 관심 속에 방영을 시작한 KBS1 TV 대하드라마 ‘대왕 세종`과 KBS2 TV 미니시리즈 ‘쾌도 홍길동`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기획된 일련의 고구려 영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들이 지나간 자리를 조선의 성군 세종대왕과 정조대왕, 그리고 조선 민중의 영웅 의적 홍길동이 차지하고 있는 꼴이다.

조선시대의 엄격한 신분제도로는 결코 같은 자리에 위치할 수 없는 ‘왕`과 ‘서출`을 21세기 대한민국은 ‘영웅`의 이름으로 함께 호출한다. 조선시대 최고의 ‘성군(聖君)` 세종대왕과 백성의 고혈을 쥐어짜는 탐관오리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백성에게 베풀었던 ‘의적(義賊)`은 비록 출발점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이 땅의 민초를 위해 살다간 영웅이라는 점에서 닮아 있다.

백성을 위하는 삶을 살았던 ‘세종대왕`의 업적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문자 ‘한글`을 창조하고 노비 신분의 장영실을 중용하여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등 세종대왕의 업적은 대부분 백성을 위하는 마음에서 비롯한 것들이었다. 홍길동은 또 어떠한가? 적서차별의 실상을 고발한 허균의 소설 속 주인공 ‘홍길동` 역시 탐관오리의 실정에 신음하는 백성을 위해 도적질을 한 의적으로서 비록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조선의 영웅으로 자리매김한 인물이다.

세종대왕과 홍길동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사극에 대한 시청자의 뜨거운 반응은 지금 우리가 원하는 영웅의 실체를 잘 보여준다. 고대사를 배경으로 한 일련의 사극들이 21세기 CEO형 지도자를 지향하긴 했지만, 그들은 피로 얼룩진 전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영웅들이었다. 그러나 2008년 새해 벽두부터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킨 세종대왕과 홍길동은 전쟁과 상관없이 조선 백성의 영웅으로 자리매김한 영웅들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정통사극의 맥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의 대사와 영상 연출로 대하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대왕 세종`과 역사적 고증의 억압에서 벗어나 퓨전사극의 장점을 극대화한 ‘쾌도 홍길동`을 한 자리에서 언급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08년 2월 25일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는 이른바 ‘국민을 섬기는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성군 세종대왕과 의적 홍길동이 그러했던 것처럼 새로운 정부가 얼마나 국민의 멍울진 상처를 어루만져주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킬지 두고 볼 일이다. ‘왕`과 ‘서출`이라는 신분 차이에도 불구하고, 또한 실존 인물과 허구적 인물이라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조선 백성의 영웅으로 자리매김 되어 있는 세종대왕과 홍길동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부활하는지 지켜보는 재미와 함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2. "내 아기 배냇저고리 직접 만들어요"
  3. "우리는 아직 청춘이야"-아산시 도고면 주민참여사업 인기
  4. (주)코엠에스. 아산공장 사옥 준공
  5. 아산시인주면-아름다운cc, 나눔문화 협약 체결
  1. (재)천안과학산업진흥원, 2024년 이차전지 제조공정 세미나 개최
  2. 천안문화재단, '한낮의 클래식 산책-클래식 히스토리 콘서트' 개최
  3. 충남 해양과학고 김태린·최가은 요트팀 '전국체전 우승'
  4. 천안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응 총력
  5. 천안시, 직업소개사업자 정기 교육훈련 실시

헤드라인 뉴스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NH농협은행에서 15억 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은 25일 외부인의 사기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15억 2530만 원,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3월 7일부터 11월 17일까지다. 손실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해당 차주는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고 부동산담보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번 사고가 외부인에 의한 사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고소나 고발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사기관..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은 자치구 방문행사로 대전 발전의 핵심 동력인 유성구를 찾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을 통한 유성 발전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5일 유성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구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8기 2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자치구 현안과 구민 건의사항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8년만에 착공을 앞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시에서 했던 일들 중 가장 무기력했고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고 평가받던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이 기본계획이 수립된지 28년만인 다음달 말..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이 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음 달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예정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0∼2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리터당 1.47원 상승한 1593.06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도 0.83원 오른 1422.31원으로 나타났다. 10월 둘째 주부터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지만, 상승 폭은 다소 둔화됐다. 대전·세종·충남지역 평균가격 추이도 비슷했다. 이들 3개 지역의 휘발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