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충식 논설위원 |
이 예증의 목적은 주로 육신이 유한하다거나, 영혼이 고귀하다거나 하는 데 쓰였다는 걸 알고 그럭저럭 해답을 얻어가던 무렵, 다시 21g이라는 영혼의 무게 문제가 불거졌다. 마하트마(=‘위대한 영혼`의 뜻) 간디나 레슬링 선수나 영혼의 무게를 달면 21g이라는 것이다. 이를 전후해 0g, 7g, 100g 등 육체의 구성요소보다 받아들이기 힘든 별별 이설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도 요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근에서 일고 있는 뚱딴지 같은 영혼 논쟁보다야 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직업 공무원의 전문성과 관련된 질타에 대한 “우리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답은 영혼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놓여난 답이다.
관료제, 관료(bureaucracy)의 어원인 뷰로(bureau)는 책상을 덮는 천이었다가 나중에 여닫이서랍 달린 큰 책상의 뜻으로 변했다. 큰 책상에 앉아 공무를 수행하는 관료의 오만을 앨빈 토플러는 ‘보이지 않는 정당`이라고 부른다. 미국 어느 주에서 ‘공무원 엿 먹어라`(‘GOVTSUX`)라고 적힌 자동차 번호판을 판매한다든지, 한 우익 방송사가 핵무기로 국무부를 폭파시키자고 과격한 제안을 서슴지 않는 것도 공직 불신의 한 극단이다.
그러나 까닭 없는 불신은 공공행정과 정부기관의 모습까지 일그러뜨릴 수 있다. 공무원은 영혼을 침탈당해도 되는 존재가 아닌데도 그렇다는 듯이 자인하는 모습에도 현행 행정학 교과서에 관료문화의 안 좋은 특질로 나열된 법규만능, 과잉동조, 무사안일, 형식주의가 뭉뚱그려 투영되어 있다. 정부의 철학과 오직 대통령의 구미에 따랐다며 뒤로 숨어 “우린 영혼 없다”고 자기부정이나 한다면 이거야말로 스토리 약한 “영구 없다” 시리즈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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