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영혼 없음`과 ‘영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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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영혼 없음`과 ‘영구 없음`

  • 승인 2008-01-10 00:00
  • 신문게재 2008-01-11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영혼이 없다? 영혼의 사나이 간디는 열차에 오르다 한쪽 신발이 벗겨지자 다른 한 짝마저 벗어 플랫폼 아래로 던져 놓았다. 신발 없는 사람을 위한 배려였다 한다. 영혼이 없다. 이 말이 명제가 되려면 먼저 참과 거짓부터 판별될 수 있어야 한다.


▲ 최충식 논설위원
▲ 최충식 논설위원
인체의 구성물질은 물 3.6ℓ, 칼슘 3.2㎏, 인 500g, 유황 168g, 옥소 28g이다. 세상의 실존적 고뇌를 다 짊어진 시늉을 했던 20대 초반에 이런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허무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었다. 가격으로 환산해서 성냥 180개 만들 인, 글씨 180자 쓸 흑연, 빨랫비누 반 장 만들 지방, 꽃거름 1.5포 만들 비료뿐이란다.

이 예증의 목적은 주로 육신이 유한하다거나, 영혼이 고귀하다거나 하는 데 쓰였다는 걸 알고 그럭저럭 해답을 얻어가던 무렵, 다시 21g이라는 영혼의 무게 문제가 불거졌다. 마하트마(=‘위대한 영혼`의 뜻) 간디나 레슬링 선수나 영혼의 무게를 달면 21g이라는 것이다. 이를 전후해 0g, 7g, 100g 등 육체의 구성요소보다 받아들이기 힘든 별별 이설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도 요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근에서 일고 있는 뚱딴지 같은 영혼 논쟁보다야 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직업 공무원의 전문성과 관련된 질타에 대한 “우리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답은 영혼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놓여난 답이다.

설마 공무원이 영혼 없이 막 굴어도 좋다는 뜻이겠는가. 당대 자유주의 활동가였던 막스 베버가 공무원을 영혼 없는 전문가라고 지목한 의도가 100년 전 유럽 관료들의 못된 해악을 정치권력의 관점에서 매도한 걸 모르고 있다. 야생고양이 무리에 새끼사자를 내놓은 어미처럼 대통령이 나서 “호통치지 말라”, “소금 뿌리지 말라”고 그악스레 경고하는 모양새는 더 영혼 없어 보인다.

관료제, 관료(bureaucracy)의 어원인 뷰로(bureau)는 책상을 덮는 천이었다가 나중에 여닫이서랍 달린 큰 책상의 뜻으로 변했다. 큰 책상에 앉아 공무를 수행하는 관료의 오만을 앨빈 토플러는 ‘보이지 않는 정당`이라고 부른다. 미국 어느 주에서 ‘공무원 엿 먹어라`(‘GOVTSUX`)라고 적힌 자동차 번호판을 판매한다든지, 한 우익 방송사가 핵무기로 국무부를 폭파시키자고 과격한 제안을 서슴지 않는 것도 공직 불신의 한 극단이다.

그러나 까닭 없는 불신은 공공행정과 정부기관의 모습까지 일그러뜨릴 수 있다. 공무원은 영혼을 침탈당해도 되는 존재가 아닌데도 그렇다는 듯이 자인하는 모습에도 현행 행정학 교과서에 관료문화의 안 좋은 특질로 나열된 법규만능, 과잉동조, 무사안일, 형식주의가 뭉뚱그려 투영되어 있다. 정부의 철학과 오직 대통령의 구미에 따랐다며 뒤로 숨어 “우린 영혼 없다”고 자기부정이나 한다면 이거야말로 스토리 약한 “영구 없다” 시리즈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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