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9시께 태안군 소원면 의항3리 유류피해현장인 망산마을. 이곳에선 고온 고압 분사기 2대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주변 갯벌에는 여전히 엷은 유막이 흘러 다녔고, 기름이 빠지지 않은 인공암벽속에서 나는 기름 냄새로 자원봉사자들은 고개를 돌리곤 했다.
이곳 작업현장에서 만난 (주)대한해개발 서동훈(52) 이사는 “인공암벽 틈에 흡착 끈을 끼워 50-60도 사이에서 끓인 물을 고압 분사기로 뿌려 기름을 제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제 진척률을 묻자 그는 “기름이 50% 이상 제거된 상태”라며 “기름 묻은 자갈은 세척통에서 정화한다”고 말했다.
고압 분사기 인근에는 밀려온 기름을 가둬두는 오일펜스가 눈에 띄었다. 주민들은 오일펜스 안에 볏짚을 깔아 기름을 제거하고 있었다.
분사기가 지나간 자리에 흡착 끈을 회수하던 한 직원은 “(마을)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아직도 기름이 많다”며 “복구 개시 한 달이 넘었지만 복구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굴 양식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더니 굴목은 검은 기름으로 뒤덮여 있었고, 갯벌 곳곳에는 여전히 기름 찌꺼기가 남아 있었다.
자원봉사자 김홍민(45·서울시 서대문구)씨는 “갯벌 뿐 아니라 백사장 바닥을 파보면 기름이 그대로 묻어난다”며 “모래나 갯벌에 흡수된 기름이 마치 납작한 샌드위치를 연상케 한다”고 전했다. 실제 기자가 의항해수욕장으로 자리를 옮겨 백사장의 모래를 삽으로 떠보니 모래속에 20-30cm 가량의 검은 기름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 확인됐다.
비슷한 시간 기름 유출 사고 피해가 가장 컸던 곳중 한 곳인 원북면 황촌리. 신두리해수욕 장 끝 부분에 위치한 이곳은 일반인의 통제가 제한됐던 지역이다. 하지만 피해가 심각해 복구 작업이 끝날 때까지는 임시 개방되고 있었다. 마을 입구 쪽으로 이동해 보니 산 중턱 곳곳에 임시 진입로가 눈에 띄었다.
황촌리방제대책본부 관계자는 “군인들이 계속해서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오염 범위가 워낙 커 복구 작업이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 갈수록 복구공사가 더디기는 마찬가지. 삼성그룹 사회봉사단 한 관계자는 “갯바위 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 가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면서 “진입 폭이 좁은 데다 여기저기 커다란 바위가 산재해 있어 자칫 하면 안전사고 위험까지 안고 있다”고 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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