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씩 부치지 못한 마음이 있습니다.
길을 걷다 우체통이 눈에 띄면 마음을 부치겠습니다.‘광수생각`
요즘 청주여자교도소의 재소자들이 다른 교도소 재소자들과 연애편지로써 수감생활의 외로움을 달랜다는 말을 들었다. 신선하기도 하고 교도소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나마 편지가 유용한 고백 스타일이 되다니 다행스럽기도 하다. 편지에는 죄가 없지 않겠는가.
군대 시절 얘기지만 이건 진짜다. 글 좀 쓴다는 헛소문에 시달려 숱한 편지를 대필해줬던 업보 한 토막이다. 비록 고참의 진술에 의존한 밀실 속 집필행위였지만 좋다는 구절은 줄줄 꿰던 시절이라 큰 어려움은 없었다. ‘너는 나의 것, 나의 것` 어쩌고 인용했을 때는 다 끝장난 고참 여자친구가 감동 가득한 얼굴로 득달같이 달려온 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돌아보니 프러포즈용, 끝내기용, 화해용 등 맞춤형 편지질은 부질없는 짓만은 아니었다. 연서를 매개로 사람이 사람에게 이끌리는 과정, 환멸을 느껴 멀어지는 심리를 실증적으로 관찰했고 약간 불편했던 경험이지만 살아가는 데 적잖이 도움이 되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남의 사연이지만 솔직하고자 했고, 유일한 트릭이라면 의도된 스릴을 담는 것이었다.
요점은 두근거림을 당신에게로 연결짓는 것. 그런 점에서 주작인의 ‘연애편지 쓰는 법`은 연애편지 쓰기에 전연 도움이 안 된다. 이 잡듯 뒤진 결과, 남은 것은 법원 자술서의 다음 문장만이 유일하다. “연애 편지에는 실제보다 더 과장해서 낯간지러운 말을 쓰게 됩니다. 이렇게 쓰지 않으면 힘이 있을 수 없습니다.”
연애박사 할머니 마거릿 켄트는 보다 직설적으로 ‘남자를 잡으려면 남자 굴로 들어가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남자 굴, 여자 굴보다는 기자로서 독자 속으로 더 가까이 들어가야겠다. 과장되고 의도된 스릴을 담은 대필 연애편지가 아닌, 자신만의 진솔한 연애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돌아가겠다고, 시키지도 않은 새해 설계를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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