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더욱이 전체적인 정책방향과 함께 인수위원들의 개인적 견해들까지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보도되고 있어 도대체 백년대계라는 교육정책이 이번에는 또 어디로 어떻게 변화해갈지 대학 관계자들 뿐 아니라 온 국민을 대단히 혼란스러운 지경에 빠트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이명박 당선인이 지난 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소속 대학총장들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교육제도의 변화에 있어 어떤 안보다도 정부가 손을 떼버리는 것이 가장 좋다”고 그 기조를 명백히 밝힘에 따라 대학정책이 자율화의 급물살을 탈 것이 분명해졌다.
그에 따라 이전 정부에서 철옹성같이 지켜오던 3불정책의 폐기문제도 나오고 있고 금년 처음 실시된 수능등급제의 전면 수정이 당연시되는 등 거시적 미시적 차원의 대입 관련 모든 문제들이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당선인의 말처럼 “정부가 손을 뗀다”는 것은 “정부가 손을 대왔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먼저 정부가 손을 대온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행 대학입시정책을 포함한 대학정책의 근간은 1980년 전두환 정권의 출범을 준비했던 국보위에서 마련한 7.30교육개혁에 있다. ‘교육의 정상화 및 과열과외 해소방안`이라는 타이틀로 마련된 이 개혁의 주요 골자는 대학입시를 위한 과외금지, 졸업정원제, 대학별 본고사 폐지, 사학법인에 대한 규제 및 높은 수준의 장학금 의무화 등이었다.
이 개혁에 의하여 대학입시를 비롯한 대학교육 전반이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게 되었고 교육에 있어서의 평준화가 급속도로 추진되어 왔다. 정부의 정책에 따르지 않는 대학에는 재정적, 행정적으로 강력한 제재가 가해졌기 때문에 국공립대학 사립대학 할 것 없이 모든 대학들이 정부 정책에 ‘순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같이 지난 30년 가까운 정부 주도하의 교육정책이 대학과 학생 실력의 하향식 평준화를 가져왔고, ‘수월성` 제고에 실패하여 우리나라는 대학교육의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세계 상위 수준에 내놓을 만한 대학은 없는 즉, 상응하는 질적인 향상은 이루지 못했다는 결론인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대학 자율화를 총괄하는 기구로 지난 26년간 정부 주도 교육규제의 완충역할을 맡아온 대학의 연합체인 대교협을 활용한다는 방안은 현재로서는 가장 설득력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의 자율권 확대가 대학 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할 수 있고,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간의 격차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그 동안 대교협의 학문분야 평가나 대학평가에 보이코트 하는 대학이 늘어가는 등 대교협의 신뢰도에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교협의 체질개선도 요구된다. 대학 자율화에 따른 규제 장치와 대학 경쟁력을 높이면서도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어야 하며, 학생이 납득하고 학부모의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대입전형방식을 제시하는 일도 시급하다.
결국 현행 대학교육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공감대는 폭넓게 형성돼 있다. 자율과 책임을 전제로 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입학 사정관제도(Admissions Officer)` 제도에 대한 의견을 신중히 모을 필요가 있다. 글로벌 국가경쟁력을 위한 대학개혁에 시동이 걸렸다. 앞으로 국정 5년을 위임받은 이명박 정부와 대교협 그리고 대학이 교육 개혁의 최대공약수를 수렴하여 21세기의 말까지도 통용될 수 있는 교육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착실한 준비와 개혁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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