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영 당진 합덕중학교 교사 |
그런데 책읽기에 관한 결정적인 오해 중 하나는 독서를 별개의 교육이라 여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서는 교육이 아닌 습관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 풍토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만들고, 먼지만 쌓여가는 책창고 수준의 학교 도서관이 책을 읽지 않는 학생들을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 환경만 잘 갖추어 주면 많은 사람들은 책을 손에 잡게 된다. 최근 들어 우리 학교 도서관은 현대식으로 탈바꿈을 하였다. 도서관에는 별관심도 없던 학생들이 공사 중 내내 기웃대더니, 새로운 도서관이 문을 열자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우선은 은은한 나무빛이 나는 벽과 기둥, 안락한 소파, 쾌적한 환경이 학생들의 마음을 도서관으로 이끌었다. 딱딱한 의자와 경직된 분위기의 콘크리트 빛 교실에 비하면 도서관은 너무나 매력적이었으리라. 개관 후 처음 며칠만 반짝 특수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마음 한 구석에 숨어 있었지만 일년 내내 도서관은 북적였다.
처음엔 그저 학습만화책만 뒤적이다 가던 학생들이 이젠 제법 옆에 있는 두꺼운 책에도 눈길을 준다. 영상이나 게임에서만이 아니라, 짜릿한 재미와 감동으로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하고, 남은 책장의 수가 줄어가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도 한다.
우리 학교 도서관은 늘 열려 있다. 아침이면 그 날 읽을 책을 골라 가고, 자투리 시간이라도 나면 조금이라도 있다가 가려고 달려온다. 소파에 기대거나 바닥에 앉아 아무런 부담 없이 편안하게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집에서는 책을 쌓아 놓고 부모님과 뒹굴며 책을 보는 생활 자체가 독서교육인 것처럼, 학교에서는 좋은 도서관 자체가 독서교육이 된다.
이제 도서관은 우리 학교에서 가장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학생들을 도서관으로 달려오게 했다면 독서지도는 이미 반은 성공한 것이 아닐까?
내가 학생들의 독서지도를 위해 한 일은 특별한 독서지도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도 아니고, 이런저런 독서관련 이벤트를 벌인 것도 아니다. 그저 아침 일찍 도서관 문을 열어주고 늘 옆에 앉아 있어주는 것이었다.
이제 우리 학교 학생들은 모르는 것이 있으면 네이버에게 물어보지 않고 손에 가득 두께감을 느끼면서 사전을 찾아보고, 시간이 나면 휴대폰을 들고 의미 없는 문자를 주고받거나 게임을 하기보다는 책을 집어 들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용한 가운데 늘 북적거리는 우리 학교 도서관! 오늘도 아침 일찍 도서관 문을 열면서 어린 나비의 작은 날개짓처럼 책읽기는 인간과 학교를 변화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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