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영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
국민의 일꾼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부지런히 국정 운영의 초석을 다지려는 자세를 어찌 트집 잡으랴. 국가 지도자의 솔선수범은 국민에게 의욕을 불어넣고 국가를 융성케 하는 모티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속도`의 내용과 방향에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당선인 측에서 쏟아내는 방안들은 하나같이 ‘적자생존`을 연상케 한다. 특목고를 300개까지 확대하고 입시를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획일적 기준에 의한 대학 서열화가 교육 현장뿐 아니라 사회 구석구석에 끼친 폐해는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도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학 줄 세우기를 아예 고착시킬 셈인가. 상위권 대학의 간판을 움켜쥐려는 일생일대의 경쟁은 초등학교, 아니 엄마 뱃속에서부터 시작될 판이다.
친기업적 환경을 위해 정부규제를 완화하고 시장원리에 충실하겠다고? 언필칭 자유의 확대와 균등한 기회 보장을 말하는 것 같지만 실은 ‘약육강식`을 방치하겠단 뜻이다. 재벌과 같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한 금산분리를 완화하고, 재벌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을 방지하기 위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면 그 수혜자는 대체 누가 될까. 이러고도 국내 사업체 수의 99%, 종업원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그래서 ‘구구팔팔`로 불리는 중소기업이 활기를 띨 수 있을까.
이명박 당선인이 CEO로 활약하던 때와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 오늘날 세계적 트랜드는 ‘여럿이 함께`에 있지 출중한 소수의 육성에 있지 않다. 선진사회의 조건이 ‘성장`에서 ‘행복`으로 이동한 지 오래다. 부모가 돈 타령을 자주 하면 자녀도 돈에 목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궁핍해서가 아니라 돈이 많아야 행복해진다고 철썩 같이 믿는 탓이다. 국가 지도자가 눈에 보이는 성취에만 집착하면 국민은 남을 이겨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타인의 처지는 개의치 않고 더 공격적이고 필사적으로 자기 이익만을 탐하게 된다.
국민을 섬기겠다고 약속한 이 당선인이 새겨야 할 우화가 있다. 성공한 어느 사업가가 바닷가에서 휴가를 즐기다 낡은 배 옆에 드러누워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한 어부를 발견했다. 어부의 게으른 모습에 사업가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물었다. “왜 고기잡이 안 나가고 놀고 있습니까?” 어부가 대답했다.
“오늘 몫은 넉넉히 잡아 놓았으니까요.”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잡아야지요.” “그래서 무엇을 하지요?” 사업가의 설명이 시작됐다. “더 많은 돈을 벌지요. 그 돈으로 지금 당신의 배보다 더 좋은 배를 사고, 그 배로 고기가 많은 깊은 바다까지 나가 그물질을 하면 또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지요. 번 돈으로 더 좋은 그물을 사고 더 많은 배를 거느리기를 반복하면 당신도 나처럼 큰 부자가 될 수 있지요.” 어부가 되물었다. “부자가 된 후에는 무엇을 하죠?” “편안히 당신의 삶을 즐기는 겁니다.” 사업가의 말에 어부는 미소를 지으며 반문했다. “당신은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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