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덕주 KAIST 항공우주학과 교수 |
하지만 이는 다른 측면으로 바라볼 경우, 우리나라 위성기술의 우수성을 알린 셈이다.
수명 3년으로 설계된 아리랑 1호가 8년이나 사용되었으니, 우리나라 첫 실용위성으로의 임무를 다했을 뿐 아니라 대외적으로 위성에 참여한 과학자들의 실력을 높이 평가받는 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1~2주 후 결과를 지켜봐야 되겠지만, 아리랑 1호의 수명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 연장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한 우리에게는 2호가 있기 때문에, 1호의 안타까운 소식에도 불구하고 매우 든든한 마음이다.
2006년 여름에 발사된 아리랑 2호는 1호보다 훨씬 좋은 해상도(1m)를 지녔으며, 685Km 고도에서 하루 14바퀴씩 지구를 돌며 관측 임무를 매우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특히 2008년에는 우주 선진국 진입의 해라 명명해도 과하지 않은 굴직한 우주 행사가 국내에서 진행된다.
전남 고흥에 있는 나로 우주센터 준공식이 올해 여름에 있을 예정이며, 12월21일에는 이곳에서 과학위성 우주발사체인 KSLV-1이 발사된다.
발사에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는 세계 9번째 자력 위성 발사국이 되기 때문에 역사적 의의도 크다 하겠다.
이에 앞서 4월8일에는 한국인 최초 우주인 고산씨가 러시아 소유즈 발사체를 타고 국제 우주정거장에 가서 10여일간의 우주임무를 수행한다.
내년에는 3000여명 규모의 세계우주학회가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우주과학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는 선구 과학자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그 바탕에는 우주공간 개척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가 작용했으며, 미지의 우주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현 시점에서 자연스럽게 현실화된 현상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국내 우주과학 기술의 현주소도 세계적인 수준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상당수 국내 언론들도 이러한 의미를 담아 정초 우주에 관한 기사를 주요 뉴스로 제공하기도 했다.
이처럼 아리랑 1호의 통신 단절은 단기적으로는 안타까운 소식에 틀림없지만 제한된 수명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돼야 한다.
보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평가가 가능한 것이다.
자신이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으로 우주에 나간다고 가정해 보면, 이러한 입장 바꾸기는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지구 역시 우주 속 하나의 별에 불과하고, 우리도 우주의 한 부분에 속한다는 사실을 느끼며, 지구 및 자기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조만간 가시화될 우주시대는 우리 모두가 우주로 나가지 않더라도, 우리 관념의 상당 부분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도 내 입장이 아닌 타인 입장이 되면 남도 이해가 되고 내 모습도 더 잘 보인다. 모든 현상의 원인이 남의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실제 나라는 관념이 없는 세상은 조용하고 순리대로 움직인다. 그곳에 내가 개입하면서 삶이 복잡해지고 힘들어진다. 하지만 사람은 몸에 벤 습관과 교육 등을 통해 형성된 고정관념으로 인해, 평소 역지사지를 실천하는게 쉽지만은 않다.
항공 우주발전은 여타 산업으로의 파급효과가 지대하다고 한다. 더 나아가서는 인성교육에의 파급효과도 기대해볼 만하다. 과학적인 방법과 사고를 통해 밤새도록 실험에 매달린 끝에 우주시대가 눈앞에 펼쳐진 것처럼, 이제는 사람도 우주 또는 타인의 입장이 참으로 되기 위한 위대한 첫걸음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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