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고금리로 자금줄 막혀… 투자 위축
#2. 대전에서 중소기업을 운영중인 최모씨(57). 그는 2006년 초 연리 6.25%의 변동금리로 담보대출 5억원을 받아 시설에 투자했으나 최근 금리가 8.3%로 껑충 뛰는 바람에 밤잠을 제대로 못 잔다.
최씨는 금리인상으로 월 265만 4110원 내던 이자가 352만4658원으로 늘어난 데다 설상가상으로 경기침체로 제품 판매까지 크게 줄면서 수입이 급감, 하루 하루를 마음 졸이며 지내고 있다.
고금리 시대, 서민들과 중소기업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빌린 주택 대출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금융비용 부담과 은행권의 수신기반 약화에 따른 대출 태도 전환으로 중소기업 자금사정이 급격히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민 가계 타격=새해벽두부터 주택담보대출 기준 금리로 활용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CD금리는 연 5.86%로 전날보다 0.01%포인트 올랐다. 2일 0.02%포인트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1년 5월18일 연 5.85% 이후 6년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최근 1년 사이에 최고 1.59%포인트나 올랐다.
외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03~8.07%로 지난해 같은 기간(5.44~6.70%)과 비교할 경우 최저 금리를 기준으로 1.59%포인트 상승했다. 1억 원의 신규대출을 받는다면 일 년 동안 159만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
최저금리를 기준으로 한 금리상승폭은 국민은행(6.47~8.07%)이 0.51%포인트, 우리은행(6.72%~8.22%) 0.97%포인트, 신한은행(6.82~8.22%) 0.97%포인트, 하나은행(7.12~7.82%) 0.96%포인트 등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은 서민 가계의 최대 고통이다.
지난 2005년 결혼한 박모(34)씨는 “여윳돈이 있는 사람은 금리인상을 반기겠지만 우리처럼 주택담보 대출을 받은 사람은 고통스럽다.”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고통=중소기업대출 평균 금리는 전월에 비해 0.02%포인트 오른 연 6.95%다. 2001년 10월(연 6.96%) 이후 6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들이 대출 재원 마련을 위해 CD발행을 늘린 데 따라 CD, 환매조건부채권(RP)과 같은 시장형 금융상품의 금리가 전월보다 0.22%포인트 오른 연 5.54%를 기록했다.
고금리로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금난이다. 지난해 1~11월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은 69조2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규취급 중기대출 가중평균 금리가 2006년 6.2%에서 지난해 6.7%, 올해는 6.8%로 상승했다.
중소기업 대출연체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대출 만기가 집중 도래할 경우 중소기업들은 은행권의 자금회수, 만기연장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증시 불안정, 은행대출 규제 영향으로 대기업의 회사채발행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은행권대출이 필요한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올해 은행권의 바젤II가 시행될 경우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출규모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설비투자도 위축될 전망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충남지역본부가 133개 중소제조업을 대상으로 새해 중소제조업 경기 및 경영환경 전망조사를 한 결과, 올해 ‘신규 설비투자 계획이 있다.`라는 응답비율은 31.1%로, 2007년 33.8%보다 낮았다. 신규 채용인원도 평균 5.1명으로 지난해 7.7명보다 줄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기 회복세에 접어들어 투자 환경도 좋아지고 있지만, 고금리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라며 “대기업에 대해서는 대출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중소기업에는 깐깐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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