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내 편, 내 나라, 내 민족이 1차 기준이다. 마테오 리치의 곤여만국전도(坤與萬國全圖)를 보면 중국이 크게 부풀려져 있다. 변방 족속을 싸잡아 오랑캐로 여긴 한족의 중화적 세계관이 지도 한 장으로 들여다보인다.
그런가 하면 유럽인들은 유럽이 지구 한가운데라는 고집에서 세계 표준시와 경도 결정의 기준이 되는 경도 0을 영국 그리니치로 잡고 그걸 우리가 따라 쓰고 있다. 미국에서도 한때 지도학자들이 워싱턴이 0도 경선인 지도를 제작했다.
자신들만 ‘인간`으로 지칭한 고대 그리스인의 오만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가 ‘양놈, 되놈, 왜놈` 하는 것도 다분히 이러한 의식의 연장이고 북한에서 남북을 ‘북남`으로 뒤바꾸는 것도 자기본위적 발상이다.
역으로 사대주의적인 말버릇이 있다. 미국에 가는 것은 엄연히 미국에 나가는(가는) 것이고, 갔다가 한국에 되돌아옴은 들어온다(돌아온다) 해야 마땅한데 미국에 들어간다(입국)고 말하는 사람을 종종 본다.
지도상의 방위는 무시하고 대전.대구.부산에서건, 북쪽(위쪽)의 청진이나 신의주에서건 서울에는 올라온다(올라간다) 한다. 한자로는 상경(上京)이다. 반대로 서울에서 지방으로 가면 내려온다(내려간다)고 해야 배달말의 질서라는, 전근대적이고 비근대적인 계몽주의의 내면화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말 하나 갖고 지방자치 의식으로 확장한다면 논설위원 티 나는 비약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시 주장한다. 이제부터 서울에서 부여로, 보령으로, 서천으로 ‘내려오지` 말고 그냥 ‘오자`. 세계는 내가 만들고, 자치란 것도 서울에서 거저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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