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서 대전도개공 사장 |
비효율적인 경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거나 직원에 대한 복리후생수준이 너무 높다든지 하는 경영적 측면의 지적부터 권력기관과 줄을 댄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로 나눠먹기식 자리분배라는 지적까지 빈도도 높고 내용도 다양해서 공기업 문제는 신문의 경제면에서만 읽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사회면과 정치면에서도 중요한 기사가 된지 오래다. 기사를 보면 정상적인 것보다 비정상적이고 어처구니없기까지 한 사례가 많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문제를 지적하는 분들의 전문가적 식견과 나라를 생각하는 충정을 곡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생을 공기업에서 일해왔고 그런 경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나같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듣기 민망할 따름이다.
국가적 이슈 ‘공기업 개혁`
도대체 공기업이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기에 때만 되면 비난의 화살을 온몸으로 맞아야 하는 것일까. 공기업은 정부가 직접 제공하게 되면 시장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으면서 그렇다고 민간에게 맡기자니 공익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재화나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반민반관(半民半官)의 중간자적 입장인데도 민간기업을 평가하는 척도에 공기업을 대입하다보니 매사가 비효율적이고 보수적인데다 경쟁력도 취약해 보이는 것이다.
우리공사만 하더라도 생활폐기물 처리나 영세민 임대아파트 관리 같은 공익사업도 하고 있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기업들과 한치의 양보도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민간사업자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테마공원 영역에서 대전동물원은 해외자본까지 가세한 수도권의 거대 공원들과 치열한 관람객 유치전을 치르는가 하면 주택시장에서는 수십년 넘는 노하우를 축적해 온 민간 건설업체들과 건설원가는 낮추고 품질은 향상시켜야 하는 분양경쟁을 벌이고 있다.
과거처럼 절대로 손해 보지 않는 안전도 100%의 공공부문 사업만 곶감 빼먹듯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미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 대한 영역의 구분이 사라져버린 자리에는 무한경쟁이라는 생존의 논리만 남아있을 뿐이다.
공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경영환경의 변화가 부담스럽지만 변화를 거부하기 보다는 변화의 물결을 타고 파도를 넘어 발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발상의 전환과 적극적 실천의지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디지털시대의 믿음과 기본
특히 금년은 5년만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시점이다. 공기업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가장 높은 ‘대목`이 다가온 것이다. 나는 도시개발공사 직원들에게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맞추어 변화해야 할 마음가짐과 함께 두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믿음을 굳건히 하자는 것이고 둘째는 기본을 확실히 다지자는 것이다. 디지털과 스피드로 대변되는 시대에 무슨 진부한 믿음과 기본이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인간관계의 가장 소중한 가치가 서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고 튼튼하게 다져진 기본이야 말로 기업경쟁력의 원천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대전시 산하 공기업의 주인은 시민이고 나를 비롯한 임직원들은 시민으로부터 경영을 위탁받고 있을 따름이다. 따라서 굳건한 믿음과 확실한 기본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단순히 도시개발공사라는 특정기업의 발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자산을 증식시키는 것이고 나아가 대전이라는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과정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공공부문의 개혁에 대한 숱한 논의가 있었지만 화려한 밑그림 만큼 성과를 내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용을 우선하는 정부인만큼 지난 몇차례의 시행착오처럼 요란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내실 있는 성과를 거두기를 무자년 새아침에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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