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정상-비정상 구분법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안과밖]정상-비정상 구분법

최충식 논설위원

  • 승인 2008-01-02 00:00
  • 신문게재 2008-01-03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김중배를 선택한 심순애를 보고 이수일이 번민하는 것이 정상일까? 돈이 사랑을 부른 것은 괘씸하지만 그녀에게 최상의 것을 주고 싶어하는 김중배의 마음을 접수한 것이라며 고이 물러선다면, 그건 비정상일까?…


172㎝의 키에 40㎏ 몸매의 모델이 정상인가, 158㎝ 키에 60㎏인 이웃집 아줌마가 정상인가. 정상의 틀 안에서 비정상을 바라본다 할 때는, 뚜렷한 경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미셸 푸코는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힘을 권력으로 본다.

이 구도에서 이해하면 미인대회 심사위원의 평가도 권력이며 남녀 차별 사회라면 남자가 권력자다. 사람은 자신의 환경을 구성하는 ‘조개껍데기`에 둘러싸여 산다 하듯이 우리 일상은 집과 일터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 작은 나라의 사장님도 권력이다.

정상과 비정상은 누가 권력을 잡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이 그렇다. 대운하 프로젝트, 작은 정부-큰 시장(市場) 논리에서도 그렇다. 큰 정부는 타율의 확대, 작은 정부는 자율의 확대를 의미하지만 줄이고 없애는 ‘다운사이징`에 있어서는 효율성이 그 기준이어야 한다.

이건 상식적인 평균이 아니다. 표면적으로 지난 선거는 진보보다 보수, 보수보다 실용을 선택한 것인데, 뜯어보니 10년 전 보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진보의 손을 번쩍 들었다면 이번엔 중도.진보 성향 표심까지 가세해 무능한 진보의 팔을 꺾었다. 그렇다고 진보가 하루아침에 용도폐기되어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보면 오산이다.

매사는 진공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화학비료를 주는 거나 퇴비를 주는 거나 땅의 생산성을 중시하는 과학적 세계관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우파적 가치인 성장과 좌파적 가치인 분배는 일란성 쌍생아와도 같다. 일방 밀어붙이기는 통하지 않는다.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는 건 아무도 머리를 안 쓴 것이라고 월터 리프만은 썼다. 저간의 결과에도 불구, 이념적 스펙트럼은 ‘3(보수) 대 4(중도) 대 3(보수)`라는 시각이 있다. 그리고 소망과 체념은 대략 반반씩이다. 힘을 싣자는 여론과 견제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만만찮은 여론.

대선 직후 케이블TV 대담 말미에 당선자에게 바라는 말을 묻기에 필자는 “표를 주지 않은 사람들의 한숨과 눈물까지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한사코 환기시켰다. “허물 알고 찍었다”는 한국주식회사(Korea Inc.) 사람들도 많다.

하여 지금은 지난 시절에 대해 물구나무를 세우기보다 편견에 물들지 않은 섬세의 정신과 균형감각이 더 요구되는 때인지 모른다. 참여정부가 잘못했고, 대선에서 이겼고, 잇달아 거듭 총선에서 이긴다 해도 정상과 비정상을 너무 애써 구획하는 것이 비정상일 수도 있음을 새로운 5년, 명심 또 명심할 일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세종의 높은 상가공실 문제를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 문제 해결을 노린 혁신적 역발상의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가 실수요자들의 큰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상가 소유주와 실수요자를 연결함으로써 상가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으로 20일부터 21일까지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이번 박람회에는 이틀간 1000여 명이 현장을 방문했고 프랜차이즈 부스에서는 6건의 실제 가맹계약이 성사됐다. 여기에 박람회 이후 10개 팀이 실제 상가 현장을 찾았으며 추가로 방문 예약..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