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주환 월평종합사회복지관장 |
탈환했다고 하는 사람들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보여 준 경제 분야의 실정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면서 잃어버린 10년을 운운한다. 지난 10년을 아예 부정해 버리는 쌀쌀맞은 견해도 있다. 그런데 경제를 제대로 한 번 살려보겠다는 그들의 다짐을 들으면서 왠지 개발독재의 망령을 보는 것 같다는 걱정도 적지 않다.
탈취 당했다고 하는 사람들은 지난 10년이야말로 국가 경영의 기조를 혁신적으로 바꾼 기간이었다고 자랑한다. 최고권력자 한 사람의 뜻에 따라 움직이던 폐단을 극복하고 국가경영을 시스템 중심으로 전환해서 한국 정치의 선진화를 위한 기틀을 확고히 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국민들이 몰라주어도 너무 몰라준다고 아직까지 장탄식이다.
대통령 자리를 두고 일전을 치른 사람들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이명박 정부로의 전환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김빠지는 소리일지 몰라도 초기에 약간의 요란스런 변화시도가 있겠지만 이미 구조화된 한국사회의 속성 상 근본적인 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정권이 바뀌었으니 나의 형편도 조금 나아질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다. 경제적 상황의 변화는 정권의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흐름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특별히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살리겠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강조했지만, 사실 경제는 언제나 어려웠고 먹고 살기는 언제나 팍팍했다는 점을 국민은 알아야 한다. 보기에 역겨울 정도로 못생긴 남자가 있다고 하자. 그 남자의 코를 성형수술로 조금 높였다고 해서 갑자기 훈남(?)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약간의 변화가 있기는 하겠지만 얼굴 전체로 볼 때는 조금 올린 코가 오히려 더 어색할 지도 모른다.
한 나라를 경영하는데 경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도 있고 국방도 있다. 외교도 있고 복지도 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뒷자리에 모아놓고 경제만을 제일의 가치로 여기려는 행태야 말로 이상하게 생긴 얼굴에 코만 조금 높이려는 발상과 다를 것이 없다. 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독창적이기 보다 검증 가능한 것이어야 하고, 성공경험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 국민이나 국토를 실험대상으로 여기는 일은 절대로 경계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우리에게 다양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다양한 의미가 과도한 기대나 과도한 의욕 때문에 엉뚱한 결과에 이르지 않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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