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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한]아내

[목요세평]이요한 목원대 총장

  • 승인 2008-01-02 00:00
  • 신문게재 2008-01-03 20면
  • 이요한 목원대 총장이요한 목원대 총장
▲ 이요한 목원대 총장
▲ 이요한 목원대 총장
몇 년 전 일이다.
강원도 속초에 가서 아는 선배 부부와 저녁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었다. 오랜만이라고 선배는 저녁식사를 대접해주겠다고 한국 전통식 산나물 밥집으로 인도했다. 그 날 저녁, 난 선배의 부인을 처음 봤다. 그리고 그 선배는 자신의 아내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와 곧 헤어질 사람입니다.”
그리고 선배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두 사람은 몇 번이고 다정한 시선을 주고 받았다. 난 당시 몹시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노년(老年)에 왜 헤어진다는 것인가. 그리고 서로 헤어질 사람들의 모습이 어쩌면 이리 서로 다정스러운가.”

당황하고 있는 모습에 선배는 얼른 눈치를 채고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인생을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오다 보니깐 내 아내를 잊고 살 때가 많았어요. 어느 듯, 이제 은퇴하고 보니까 내 아내와 이 세상에서 헤어질 시간이 얼마 안남은 것을 알았죠. 참 아쉬워요. 언젠간 서로 헤어져야 한다니….”

솔직히 고백하면 난 그 날 생전 처음으로 아내란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 아내는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존재….

또 한 얘기가 있다. 한 달 전쯤 일이다. 군산에 있는 선배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 그리고는 별 설명도 없이 “아내가 오늘 아침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나는 서울에서 강연을 이미 약속해 놓았기에 장례식에는 참여할 수 없었다. 며칠 후 위로차 시간을 내 군산으로가 그 선배를 만났다.

선배는 내 손을 잡고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이 총장. 내 아내가 이렇게 일직 떠날 줄 몰랐어. 이제 밥을 먹으려 밥상에 앉으면 옆에 아내가 없어. 며칠 전까지도 같이 밥을 먹고는 운동 삼아 동네 뒷길을 한 시간씩 걷곤 했는데, 그 길에 가보니 아내가 내 옆에 없어.”

내 손을 잡고 선배는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그 선배의 아내는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그 선배는 젊었을 때 유난히 노는 것을 좋아했던 분이다. 틈만나면 여행을 즐기며 팔도강산을 홀로 휘젓고 살았던 분이다.

아내란 도대체 어떤 존재들인가.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생각을 참 많이 하면서 살고 있다. 어찌 생각하면 하루 24시간, 잠을 자면서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생각에 생각을 더하다 보면 대략이라도 어떤 결론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도 ‘아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알맞은 답을 찾질 못하겠다. 나에게 굉장히 큰 존재이고, 대단한 의미를 지닌 존재이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고, 헤어져서는 안 될 귀한 존재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왜 ‘아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선뜻 마음에 드는 해답을 발견해 내지 못하는 걸까.

아마도 시작이 잘못된 것 같다. 남편인 내가 ‘아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해답을 얻지 못할 질문이었다. 차라리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남편인 내가 아내에게 이렇게 질문을 해보는 것이다. “당신은 나에게 도대체 어떤 존재입니까?”

그래, 아무래도 아내가 나보다 좀 더 알고 있는 듯하고 나보다 인생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고, 넓이가 있는 것 같다. 확실히 내가 모르는 것을 무엇인가 알고 있는 듯하다.

문득 괴테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를 구원할 자는 여성이다.`
이 쯤 생각을 그치려는데 자꾸만 생각이 번져 나간다.

“아내는 나의 어머니이고 나는 이 여자의 자식은 아닐까. 평생 내가 집 밖에서 가정을 위해 돈을 벌어 왔었는데 실은 그게 아내고 아내가 집 안에서 돈을 벌어들인 것이 아닌가. 이제부터라도 마누라의 눈치를 열심히 보는 척 해야 되는가.”

오늘 밤은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갈 수 없다.
우선 이렇게 결말을 내고 불을 끈다.
“마누라 없는 세상은 앙꼬없는 찐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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