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희 송강중 교사 |
교무실의 교사들은 핸드폰 소리가 울리는 체육 선생님을 보며, “오늘이 수요일이야. 이 시간에 울리는 문자는 한 가지뿐이잖아.”
어김없이 수요일 아침 시간이면 오는 문자, ‘축구 하나요?`. 더 물어 볼 것도 없는 내용이다.
처음 듣는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냐고 말할 것이다. 우리 학교는 매주 수요일 하교 후 ‘사랑의 축구회`가 열린다. 벌써 5년째, 수요일이 되면 교사와 학생이 각각 팀을 나누어 축구를 한다.
축구경기가 끝나면 선생님과 아이들은 음료수, 떡볶이, 빵 등의 간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다. 그래서 친구들이 더더욱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매주 수요일 아침. 문자를 보내는 학생은 오늘 등교해야 할까, 아니면 집에 있을까 하는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 학교 일정을 문자로 확인한다. 기껏 학교 일정이라고 해봤자 ‘사랑의 축구`를 하는가를 묻는 거지만, 그 학생에게는 등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이렇듯 학생들은 등교하는 것은 꺼리면서도 수요일이 되면 축구를 안 할까봐 전전긍긍이다.
아이들에게 수요일은 특별한 날이다. 그것은 학교 생활에 적응 못해 재미없다고 여기는 학생들에게 등교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5년 전,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학교로 끌어들이기 위해 선생님들은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를 선택했다. 매주 수요일은 그렇게 선생님과 학생들이 하나되어 축구공을 사이에 두고 뛰고 달렸다.
이렇게 뛰고 달리며 나누는 대화는, “학교 결석하지 마. 그럼 다음엔 축구 안한다.” “이젠 결석 안 할 거에요.” “축구 안하는 날도 결석하면 안 돼”
“알았어요. 그 대신 선생님도 축구는 빼지 마세요.”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내용은 오늘도 변함이 없다. 학교에 빠지지 말고 열심히 학교 생활하라는 선생님과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축구만 하자고 떼쓰는 아이들.
교직생활 27년차이지만 이처럼 따뜻한 선생님과 함께 근무한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낀다.
매년 학기가 시작하는 날과 끝나는 날이면 ‘사랑의 축구회`를 위한 단합대회를 한다. 그 자리에서 선생님들은 아직도 메워지지 않은 무언가가 남아 있는 것처럼, 더욱 더 아이들과 한 몸이 되어 뛰어보자는 다짐을 한다. 아무도 말한 적은 없지만, 나는 그 무언가가 ‘사랑`임을 확신한다.
그리고 이런 선생님들이 있는 한, 우리가 염려하는 ‘공교육의 붕괴`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 그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중은 아닐까 하는 믿음이 생긴다. 아이들과 함께 뛰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나는 희망을 보았고, 그것이 고스란히 우리 교육의 밝은 희망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오늘도 운동장에는 축구공이 아니라 사랑이 오고 간다. 선생님들도, 아이들도 언제나 그랬듯 함께 땀을 흘리고, 함께 땀을 닦고 있다. 그들이 있기에 언제나 나는 내일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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