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매서운 바닷바람이 부는 상황에서도 50여명의 현대제철 노조 조합원들은 그동안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방파제 바위 틈 기름을 일일이 수건으로 닦아내며 피해 지역주민들의 시름을 덜어줬다.
특히 이들은 경사가 가장 가파른 방조제 벽에 붙어서 바위틈에 끼어있는 기름을 닦아내는가하면 굴 양식장 주변에서 주민들의 방제작업을 도왔다.
▲ 태안군 신두리 지역으로 자원봉사 나온 현대제철직원들이 신두리 인근 제방에서 제방 바위 틈사이에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특별취재반 |
보기만 해도 아찔한 방조제 벽에서 기름을 제거하던 박계성(54)씨는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냐는 생각에 열심히 기름을 닦아내고 있다”며 “바위 속에 기름이 그대로 있어 하루 이틀 해서 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 새벽부터 기름 제거 작업에 나섰는데 어느새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다”며 “피해 주민들이 고마워하는 모습에 힘이 절로 난다”고 했다.
이곳은 유조선 사고 지점과는 불과 20km 밖에 떨어지지 않아 기름오염 피해가 컸던 곳. 방파제 암벽에서 끊임없이 기름이 새어나와 해안가를 검게 물들이고 있었지만 자원봉사자들은 암벽이 너무 가파라 접근조차 못했다.
이같은 어려운 여건에서 복구작업하던 조합원 정복기(38)씨는 “닦아도 닦아도 묻어나는 기름 때문에 깜짝 놀랐다”며 “사람의 손으로 기름을 걷어낼 수밖에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기름을 제거하고 있다”고 했다.
바위틈에 남아있는 기름을 닦아내다 보니 손과 손톱에 기름때가 가득 끼었다는 그는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노동조합은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지속적이고 능동적인 복구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대제철 인천과 포항공장 현장 근로자들인 이들은 현재 4조3교대 근무가 실시되고 있어, 쉬는 날마다 조를 편성해 태안 피해현장을 찾고 있다.
현장 근로자들이 평균 격주로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얼굴에 맺힌 땀방울은 한 겨울을 녹여내고 있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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