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을 들어서는 순간 불은 소등되어 있었고 난방은 하고 있지 않아 썰렁하지만 노인은 반갑게 일어나 불을 켜고 이불을 내밀며 자리에 앉기를 권했다.
전기는 왜 껐는지, 난방은 왜 안 되는지 묻자 혼자 사는데 절약하며 살아야 되지 않겠느냐며 낮에는 햇빛을 이용해 성경책을 보며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도시가스는 한 달에 2천원을 낸다고 하셨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대선 주자들은 너나없이 민생 대장정이니 하면서 평소 찾지 않던 시설과 시장나들이로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였지만 우리네 서민들이 평소에도 절약하는 모습과 선거철의 형식적인 활동이야말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나이든 노파의 하루는 정말 지루해 보였다. 남편은 간암으로 작고하고 아들은 40대에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등 대화를 할 사람이 없어서인지 앉자마자 그 동안 살아왔던 이야기는 쉬지도 않고 이어진다.
말씀하시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고 하셨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것도 한 일은 없지만 가정을 살펴보고 어르신의 사정을 들어 드린 것만으로도 마음은 뿌듯해진다. 남을 돕고 봉사하는 생활이 이런 마음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령화시대 사회적인 노인문제는 계속되고 있지만 피부로 와 닿지 않는 현실에 대해 소외감을 갖지 않도록 자주 방문하여 말벗이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삶의 경쟁 속에서 아옹다옹 발버둥치는 우리 서민들의 삶이 어렵고 힘들지만 희망이 있고 우리나라는 정이 있는 사회가 아닌가. 어르신의 하루일과처럼 끝없는 절약정신이야말로 우리가 살길이다.
1970년대 공직에 몸담았을 때 새마을운동이 생각난다. 우리가 하는 삶은 겉치레가 아닌 진실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봉사정신이 되도록 우리 지역의 모든 자생단체원은 물론 지역주민들에게 전파하도록 힘써야겠다.
최근 태안 지역에 기름 유출로 인하여 그 피해에 대한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에 주민자치 위원회 주관으로 지역주민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다녀와 나 스스로 위안을 가졌다.
황금돼지 해로 시작한 정해년도 많은 사건과 사고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아쉬움도 있지만,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며, 내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 서민들 가슴에 행복한 시간이 찾아오기를 희망하며 끝없이 아끼고 나눠 쓰며 바꿔 쓰는 생활로 가정경제를 살리고 국가경제가 살아나는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무자년 새해에는 새로운 도약을 통해 경제를 회생시키는 한 해로 서로를 돌아보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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