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진정성 겸손함 현명한 판단력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경숙]진정성 겸손함 현명한 판단력

[금요논단]김경숙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공주대 교수)

  • 승인 2007-12-27 00:00
  • 신문게재 2007-12-28 20면
  • 김경숙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공주대 교수)김경숙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공주대 교수)
▲ 김경숙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공주대 교수)
▲ 김경숙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공주대 교수)
“외교관은 거짓말을 해야 하는가?”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외교관이라고 해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국익을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아야 하는 외교관에게도 진정성이란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외교관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해 ‘오프 더 레코드`라는 언사를 구사하지만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 ‘노 코멘트`라는 답변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당장은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겠지만 외교관 역시 언젠가는 언론과 의회, 그리고 국민으로부터 검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익 우선이라는 판단의 잣대도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1971년 미국의 대니얼 엘스버그 기자는 베트남전에서의 고엽제 살포에 대한 국가 기밀이 담긴 국방성 문서를 뉴욕 타임즈지에 보도했다. 이후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철수했다. 국가 기밀을 보도했을 때 엘스버그 기자는 국익에 반한 행동을 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오늘날 그는 용감한 기자로 평가된다. 이라크전 때 아부 그레이브 감옥소에서 발생한 포로학대 사건을 보도한 미국 기자 역시 처음에는 국익에 배치된 일을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누구도 그를 탓하지 않는다.

부산에서 개최된 APEC회담에서 후진타오는 “중국은 다른 나라의 성장에 위협이 되는 나라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세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번영에 기여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중국은 아직도 경제발전에 장애가 많은 개발도상국가입니다”라고 연설했다. 기자들은 이 연설 내용을 보도하면서 기사의 제목을 ‘후진타오의 애교공세`라고 했다. 포스트 팍스 아메리카나를 꿈꾸는 대국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경계이다. 그래서 평화롭게 일어난다는 뜻을 지닌 ‘화평굴기`라는 국가의 슬로건도 ‘화평발전`으로 바꾸었다. 혹시라도 “일어난다”는 표현이 다른 나라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리고 화평, 화합, 화해라는 삼화(三和)를 표방한다. 그러면서 중국은 도광양회를 이야기한다. 어둠 속에서 빛을 가리고 조용히 칼을 간다는 뜻이다. 후진타오의 ‘애교외교`는 강하고 실력 있는 자의 여유 있는 겸손함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전기를 집필한 로버트 올리브는 해방 직후 한반도에서 선거를 무기한 연기할 것인지, 공산화의 위협을 무릅쓰고 통일을 시도할 것인지, 아니면 단독선거를 단행할 것인지의 갈림길에서 남한만의 단독선거를 택한 이승만대통령의 판단은 현명한 것이었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빵 덩어리 전체를 잃지 않기 위해 반이라도 확보하자는 지도자의 판단력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는 많다. 1919년부터 1922년까지 있었던 터키와의 전투에서 그리스는 이스탄불을 점령한 후, 보스포러스해협을 건너 트로이까지 점령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결국 트로이까지 진격했던 그리스는 그 전투에서 패배했고 점령했던 이스탄불마저 빼앗기고 말았다.

“가장 낮은 자세로, 그리고 겸손함으로 국민을 잘 섬기겠습니다. 희망을 드리겠습니다” 대통령 당선자께서 당선자로서의 첫 행보를 국립현충원으로 정하고 참배 후 방명록에 적었다는 글귀이다. 이번 대선은 건국 60주년, 민주화 20주년을 맞아 치뤄진 ‘중대선거`였다. 그러나 역대 대선 사상 63%라는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마지막 순간까지 고심한 국민들의 착잡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48.75%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라는 측면에서 ‘회고적 투표`였던 셈이다. 이념갈등, 공리공론 등으로부터 나라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국민적 소망이 극명하게 표출된 선거이기도 했다. 대통령 당선자께서 임기동안 진정성과 겸손함, 그리고 현명한 판단력이라는 지도자의 덕목을 지녀주시기를 기대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2. "내 아기 배냇저고리 직접 만들어요"
  3. "우리는 아직 청춘이야"-아산시 도고면 주민참여사업 인기
  4. (주)코엠에스. 아산공장 사옥 준공
  5. 아산시인주면-아름다운cc, 나눔문화 협약 체결
  1. (재)천안과학산업진흥원, 2024년 이차전지 제조공정 세미나 개최
  2. 천안문화재단, '한낮의 클래식 산책-클래식 히스토리 콘서트' 개최
  3. 충남 해양과학고 김태린·최가은 요트팀 '전국체전 우승'
  4. 천안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응 총력
  5. 천안시, 직업소개사업자 정기 교육훈련 실시

헤드라인 뉴스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NH농협은행에서 15억 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은 25일 외부인의 사기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15억 2530만 원,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3월 7일부터 11월 17일까지다. 손실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해당 차주는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고 부동산담보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번 사고가 외부인에 의한 사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고소나 고발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사기관..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은 자치구 방문행사로 대전 발전의 핵심 동력인 유성구를 찾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을 통한 유성 발전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5일 유성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구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8기 2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자치구 현안과 구민 건의사항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8년만에 착공을 앞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시에서 했던 일들 중 가장 무기력했고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고 평가받던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이 기본계획이 수립된지 28년만인 다음달 말..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이 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음 달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예정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0∼2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리터당 1.47원 상승한 1593.06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도 0.83원 오른 1422.31원으로 나타났다. 10월 둘째 주부터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지만, 상승 폭은 다소 둔화됐다. 대전·세종·충남지역 평균가격 추이도 비슷했다. 이들 3개 지역의 휘발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