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사 관계자는 “두 지역의 경우 지역에 공장이 없으면 관급 공사 수주 자체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공무원은 물론 지방의원들까지 대대적으로 나서서 지역기업이 아니면 물량 자체를 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고심 끝에 타지역 공사 수주를 받기 위해 사실상 이름뿐인 공장을 설립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본사가 충남에 있지만, 오히려 타지역에서 따내는 물량이 더 많다.”라며 “충남은 물론 대전과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라고 말했다.
대전·충남지역 기업들이 ‘꽉 막힌` 공무원들 때문에 이중 피해를 보고 있다.
서울 등 타지역에서 검증되거나 조달청과 중소기업청 등 공공기관에서 인증한 제품들을 외면하면서 지역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고육지책으로 타지역 자치단체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지역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다. 출혈을 감수하며 타지역에 별도의 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전에 있는 D사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전력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자동조명장치를 개발, 서울시는 물론 여러 대기업 사무실과 빌딩에 납품하고 있다. 제품을 처음 개발했을 당시, 이 회사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대전시청이다.
이 회사 대표는 “처음 대전시를 찾았을 때 너무 실망했고, 분통이 터졌다.”라고 말했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종 인증까지 받았던 터라 잔뜩 기대를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산이 없다`, ‘아직 바꿀 필요 없다` 등이었다. “지역에서 인정해줘야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아니냐?”라는 게 이 대표의 말이다.
유압식 수문 전문 제조기업인 W사는 전국 최초로 유압식 수문 제작 방식을 도입한 수문을 개발했다. 전국 각지의 하천 공사 현장에서 검증을 받았지만, 유독 대전과 충남에서는 실적이 부진하다.
J 대표는 “대전과 충남에서 공사를 따내는 건 하늘에 별 따기”라며 “공무원들이 새로운 것, 획기적인 것보다는 책임을 지기 싫어 기존의 것만 고집한다.”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별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조달청이나 중소기업청에서 우수제품으로 인정해 우선 구매해달라는 공문까지 발송해도 효과가 없을 정도다.
반면, 서울 등 일부 자치단체의 경우 획기적인 기술과 신제품 활용으로 예산절감 등 각종 효과가 있을 경우 해당 제품을 추천한 공무원에게 인사고과 반영 등 각종 혜택을 주고 있어 공무원들이 적극적이다. 우수한 기술과 제품을 가진 지역기업들이 ‘서울로, 서울로` 향하는 것도 공무원들의 자세 때문이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성능인증 등 각종 인증을 받은 기업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서울”이라며 “지역에서 인정받아야 다른 지역에서도 인정받는 데 우리 지역은 오히려 반대”라고 말했다.
자치단체 관계자는 “우수한 제품들이 많지만, 최대한 지역기업의 제품을 사용하려 한다.”라며 “이를 적극 활용하는 공무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은 고려해 볼만하다”고 말했다./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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