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는 사고 초기여서 큰 영향은 받지 않을 수 있지만 발암물질 1호로 알려진 벤젠 등에 장기간 노출되면 심각한 후유증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환경단체에서 사고 초기 발생된 휘발성 물질 농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위험성을 경고한 것에 대해 적절성 문제 등에 대한 논란이 나오고 있다.
26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유조선 충돌사고로 유출된 원유는 1만2547㎘로 집계됐으며, 충남발전연구원 정종관 환경생태팀장은 이 중 두통과 메스꺼움 등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인 황화수소와 벤젠, 머캡탄 등은 부피비로 1.6%(201㎘)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벤젠은 국제암연구센터와 세계보건기구, 미국환경보호청 등에서 ‘인간에게 확실한 발암성 물질`로 규정하고 있으며, 1㎍/㎥(약0.3ppb)의 농도로 평생 노출되면 100만명 중 6명, 171㎍/㎥(약5.1ppb)로 노출될 경우 1만명 중 1명 꼴로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당장은 휘발성 물질에 따른 심각한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인간은 물론, 육상생태계까지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재원과 전문인력, 장비 등을 투입, 적극적인 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역 한 환경전문가는 “유출된 원유량을 볼 때 아직까지는 많은 휘발성 물질이 대기 중에 포함돼 있는 게 당연하다”며 “당장은 큰 영향이 없겠지만 향후 인체는 물론, 육상생태계에도 영향을 끼칠 소지가 있으니 정부 차원에서 지금부터라도 장기적 시각에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시민환경연구소는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태안 기름유출지역 해수욕장과 인근 주거지역에서 벤젠(Benzene)의 오염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주장했으나 측정기간이 4일에 불과하고, 사고 초기에는 당연히 많은 양이 검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불안감만 심어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시민환경연구소에서 발표한 벤젠 농도 수치는 새집증후군에서 검출되는 것보다 훨씬 적은 것”이라며 “사고 초기, 단 며칠 동안 조사한 결과를 성급하게 발표해 어렵게 방제작업을 하고 있는 주민과 관계 공무원, 군인, 자원봉사자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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