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준 공주대 교사 |
돌이켜 보면, 우리에게 있어 문화재란 대개가 유형문화재들이다. 이렇게 유형문화재에 치중하는 문화유산 논의는 자칫 더욱 중요한 그 유형문화재가 조성된 기반이자 문화적 의미를 몰각할 수가 있다. 지리, 시대, 사상 등등 문화사 전반의 문제들이 함께 설명될 때 문화유산은 살아서 숨쉬고, 또한 현재의 우리에게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역사, 문화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다. 문화유적도 단순한 과거 흔적이어서 아끼고 보존해야 하는 것이기보다, 오히려 현재의 가치와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얼마 전 문화재의 보존과 활용에 관한 세미나에서 필자는 현재의 문화재 복원과 정비에 대하여 아쉬움을 지적한 바 있다. 문화재 복원이 때로 역사성, 문화적 가치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괴리된 채‘건축설계와 토목공사`‘원형 복원`위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우려였다. 필자는 평소 이들 문화재 정비복원 사업이 우선 건축, 조경연구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둘째는 해당 문화유산에 대한 철저한 사전 연구가 생략되는 것, 그리고 세째는 예산구조상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활용계획(교육, 관광, 체험)을 배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었다. 그리하여 복원 정비 후 유산의 가치와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또 활용방법과 연계되지 못한 건축물들이 오히려 문제가 되어 두 번 일을 하는 경우도 많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시행착오는 문화유산의 개념이나, 지속발전이라는 대 전제에서 보면 매우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문화유산의 정비와 복원사업에 원형(역사, 정신, 문화)연구자, 건축사연구 및 설계자, 활용연구자(교육, 관광, 기타)의 공동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며, 예산구조도 문화원형 연구(10-20%), 건축설계(50-60%), 교육관광 활용계획(20-30%) 등으로 세분화하여 종합적 계획이 되었으면 하고 제안하게 되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문화재 복원 정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종합성을 파괴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종합성을 간과한 채 독립된 단위 문화재로 보권 정비되면 마치 孤島같은 외롭고 처절한 문화재가 생겨나기도 하고, 가치전도나 혼돈이 예상되는 상치된 컨셉이 같은 장소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어느 전통마을에 소재한 건축물이 지정문화재라고 하자. 그 문화재의 건축적 의미와 가문의 역사만 강조하지 말고, 그것이 가능했던 자연지리적 조건과 마을의 역사, 생태와 산물 등이 어우러지는 종합성을 유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즉 농촌의 청정 환경과 강과 산지, 평야지대가 지니는 전원적인 촌락풍물이 역사문화유적, 풍광, 민속, 음식문화 등등과 하나의 패키지로 조합될 때 독보적인 자원의 특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필자는 농촌문화가 가능했던 세트장이었던 원두막이나 정자, 장승, 빨래터나 물레방아간, 상여집, 동구 밖 장승과 선돌, 당산나무 같은 마을문화의 여러 흔적도 함께 복원하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편 보존과 활용의 부면도 문제이다. 유교문화 유산의 경우를 예로 생각하여 보자. 유교문화는 다른 문화와 달리 인물과 정신, 학문을 중시하는 문화이다. 그래서 관광자원화 하기에 매우 어렵다고 한다. 서원이나 향교, 고택은 건축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고 생활했던 사람과 그들의 정신이 핵심이며, 따라서 앞으로 우리가 주목하고 개발할 유교문화는 인물의 사상, 저술을 비롯하여 조선시대의 교육, 가치관과 생활문화, 전설일화와 유물 등이 망라되는 종합적인 것이기를 기대한다. 예를 들어 서원의 경우 아예 인문학자들을 원장으로 초치하거나 연구소로 개방하여 현대적 연구활동과 교육공간으로 거듭나게 하거나, 선비들의 현실인식과 비판정신, 자연경관 등등 수없이 많은 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 들이 광범하고 다양하게 모색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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