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모텔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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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모텔 크리스마스

  • 승인 2007-12-26 00:00
  • 신문게재 2007-12-27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통행금지시간에 쪼들리던 택시들도 이 밤만은 마음 놓고 술에 만취된 떠들썩한 손님들을 모시기에 바빴으며 사랑의 따스함을 느끼는 젊은 남녀는 밤이 새는 줄도 모르게 ‘아베크`의 걸음을 빙글빙글 돈다.…” (59년 12월 25일자 조선일보 사회면에 비친 크리스마스이브) 사진=구유<온양민속박물관 제공>


‘크리스마스` 하면 연상되는 단어가 무엇인가. 선물과 휴일, 트리와 캐럴, 산타클로스와 루돌프, 모텔 등일 것이다. 이걸 변질의 징후로 봐도, 또 아무리 변질을 거듭해도 크리스마스엔 사람들을 조금씩은 들뜨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2000년 전의 베들레헴에도, 200년 전의 미국에도, 50년 전의 한국에도 그런 설렘은 있었다. 교회에 안 다녀도 기쁠 수 있는 날이 이날이고 달콤한 말의 홍수에 짧게 잠시간 젖는 것도 축복이다.

하지만 작용에는 늘 부작용이 따른다.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 아우성이지만 크리스마스 바가지 상술은 판친다. 커플들의 커피값에 바가지 씌우고 모텔비는 2배 이상 치솟아 부르는 게 값이다 보니 ‘잠자는` 여관에서 ‘숙박` 손님을 사절하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이러다 크리스마스 베이비는 몇이나 태어날까? 아, 피임으로 별문제 없다고? 예수 탄생 당시에도 이랬을까?

그 오리지널 크리스마스이브엔 베들레헴 여관방이 꽉꽉 들어찼던 것은 아니다. 그때의 여관이 밀회와 환락의 장소였든 가정집 사랑방 같았든, 예수가 초라한 마구간 말구유에서 태어난 연유는 굳게 걸어 잠근 마음의 빗장 때문이었다고 믿는다.

본래적으로는 크리스마스에 예수 탄생을 축하하면 그뿐, 쇼핑은 없어도 될 것이지만 이런 교조주의(敎條主義)를 통계가 용납하지 않는다. 소매 매출의 3분의 1이 11월 중순에서 이듬해 1월 중순에 집중된다. 크리스마스가 연말 특수와 더불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정점에는 산타클로스가 서 있었다. 시작부터 크리스마스와 선물과는 불가분의 관계였다.

원조 산타클로스인 니콜라스 주교가 창문과 굴뚝으로 던져준 것도 돈보따리였다. 전설이 맞는다면 가난한 집 딸들이 매춘부로 팔려가지 않도록 그리했던 것이다. 선물을 포장하는 심리가 상업적 뿌리를 감추는 배려라는 데 필자는 ‘아멘`이다. 예쁜 선물에 담긴 갸륵함에 물질주의의 거룩한 덫을 씌울 건 없다. 소비 충동의 물결을 비판하며 매출 부족을 염려하는 이중성에서 인류는 그만 구원될 필요가 있다.

블루 크리스마스, 해피 크리스마스는 아무튼 갔다. 시청 앞 사랑의 온도계 상승이 유난히 더뎌 보이지만 그래도 더 슬픈 태안반도를 위해 자신들의 기쁨을 반납하는 이들이 있어 하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다시, 장사 잘되는 크리스마스, 두둑해진 지갑을 팍팍 여는 내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련다. 모텔만이 아니고 모든 사업이 일익(日益) 번창하기를, 몸만 헤프게 열지 말고 마음도 후하게 여는 나날이기를 기원하며―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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