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성 대전시건강가정지원센터 운영위원. 한의사 |
하지만 매서운 바람과 파고드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국에서 몰려드는 자원봉사자들의 인해전술로 태안 앞바다는 검은 절망에서 밝은 희망으로 빠르게 변모해 갈 수 있었다. 하나 된 마음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우리의 모습은 해외언론으로 하여금 경이로움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마음이 뭉클하고, 참 따뜻해진다. 그런데 피해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자칫 소홀히 준비하여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복구현장에서 기름제거작업은 거의 수작업이며, 기름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각종 피부질환이 나타날 수 있고, 원유가 휘발되면서 발암물질을 비롯한 유해가스 등이 오심(메스꺼움)이나 구토, 두통, 어지러움,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유발시킬 수 있다. 또한 맹위를 떨치는 동장군의 찬바람으로 감기몸살, 소화불량, 동상 또는 동창, 뇌혈관 질환 등을 조심해야 한다.
원유는 사실상 각종 유해 화학성분의 집합소이다. 원유가 피부에 직접 닿으면 피부에 염증이 유발된다. 이른바 접촉성 피부염이다. 방제작업 전에 눈과 코를 빼놓고는 반드시 비닐소재나 고무로 만든 겉옷과 고무장갑, 고무장화를 착용하여 기름에 직접 피부가 노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만일 피부에 기름이 묻으면 휴지로 두드리듯 기름을 닦아내고 클렌징 오일이나 크림으로 다시 한번 세심히 닦아낸 후 흐르는 물에 세정제로 거품을 내어 완전히 씻어내야 한다. 접촉으로 인한 염증이 생겼다면 그 부위가 가렵더라도 긁지 말고 병의원을 찾아야 한다.
기름유출 사고 시 공기 중에는 유증기가 확산되는데, 함유된 유해물질과 유해가스를 흡입하게 되면 두통, 메슥거림, 어지러움, 호흡곤란 등의 신경학적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유기용제 흡착용 활성탄 함유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작업 중간 중간마다 휴식시간을 두어 육지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통한 깨끗한 공기의 흡입이 필요하다. 또한 코의 후신경과 눈의 시시경은 쉽게 피로해지므로 유해 환경 속에서 장시간 봉사활동은 두통을 비롯한 통증과 어지럼증을 유발시키고, 소화기관의 신경학적 연결고리 및 내분비계의 교란을 일으켜 급체, 복통, 오심, 구토, 호흡곤란 증상이 발생되기도 한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긍정적이고 밝은 마음으로 재미있게 임하는 것이 좋다.
겨울철 찬 공기와 찬 바람 속에 노출되어 하루종일 복구작업을 하게 될 경우, 특히 바닷가의 온도는 상대적으로 내륙보다 낮아서, 한랭피부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갑작스레 찬 공기에 노출되면, 손, 발가락, 귀, 코 등 말단부위에서 혈액순환장애로 인한 국소적 염증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노출된 후 따뜻한 곳에서도 화끈거리거나 점점 가려워진다던지 붓기도 한다. 심해지면 물집과 세균감염도 일어나 궤양이 발생할 수 있다. 민감하고, 연약한 피부의 경우 체온유지를 위한 방한복과 방한장비, 무엇보다 따뜻한 휴식이 필요하다.
검은 기름 범벅이 된 미끄러운 돌 위를 걸으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까 하는 절망감도 잠시, 막막함을 뒤로 하고, 앉을 자리도 없이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 시커먼 기름을 더 굳기 전에 구부린 채로 하나하나 닦아내느라 고생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닦아도, 또 닦아도 표시도 제대로 나지 않아서 안타깝다가도, 앞 사람, 옆 사람, 뒷사람, 가까이 있는 사람, 저 멀리 있는 사람 모두들 묵묵하게 자신의 앞에 놓여진 기름과 씨름하면서 조금씩 다시 숨소리를 내는 자연을 보는 순간 서로에게 그렇게 감사하고, 이 추운 겨울이 참 따뜻하다는 포근한 내면의 소리가 결국은 스스로의 치유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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