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백근 대전CBS 본부장 |
문민정부를 기치로 내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입만 열면 하던 말이다. 하지만 그 역시 이 같은 말에 충실하지는 못했다.‘적재적소’라는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어서 늘 많은 고민과 결단을 필요로 한다. 아무리 잘된 인사라도 뒷말이 많게 마련이다. 그래서 80점만 돼도 잘된 인사라고 한다. 인사를 앞두고 그 사람의 주특기와 경력은 물론 성격, 대인관계에서부터 친인척관계, 재산, 도덕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꼼꼼히 뒤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대통령이 얼마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흔히 용인술에서 찾곤 한다.
이명박 당선자는 과연 어떤 리더십을 선보일 것인가? 이제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이어 새 정부를 이끌어갈 장관을 임명하는 조각 구상에 골몰해야 한다. 함께 지근거리에서 일할 청와대 참모진들의 면면 또한 궁금해진다. 모든 인사는 ‘그래도 내 사람’이라는 고정적 틀에서 벗어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이 바로 ‘나눠먹기식 인사’다. 당선자 주변에는 그동안 일찌감치 후보 경선과정에서부터 참여했던 인사부터 선거막바지 당선을 확신하고 막차에 편승한 인사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당선자가 이들에 대해 고마움을 갖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고마움의 표현이 인사를 통해 이뤄져서는 안 된다.
과거 대선과정에서 도움을 줬다는 이유로 아예 ‘무슨무슨 장관은 자기들 계파몫이다’라는 식으로 독점하던 일도 있었다.
그 결과 정말 “깜도 안 되는 인사”를 함으로써 그 피해와 고통을 고스란히 국민들이 받아야 했다. ‘자격도 안 되는 사람에게 감투를 씌웠을 때 그 감투가 커서 눈을 가리게 된다’는 옛말이 있다. 결국 감투 때문에 앞을 잘못 보는 벼슬아치가 민생을 제대로 챙길 리 없다.
우리는 현 노무현 정부 인사의 적폐를 지긋지긋하게 보아왔다. 어떤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른바 자기들끼리의 ‘코드인사’,‘끼리끼리인사’는 임기 말까지 그대로 이어져왔다. 심지어 한번 기용했던 인물을 또다시 쓰는 이른바 돌고 도는 ‘회전문 인사’도 고쳐지지 않았다. 심지어 저사람 아니면 청와대 일을 보지 못하는 걸까 의심이 들 정도로 청와대 안에서만 무려 다섯 번씩이나 요직을 두루 거친 전무후무한 기록도 남겼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정부의 반대로만 하면 된다고 하는 우스갯소리가 통할 정도가 됐기 때문에 현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하는 것은 인사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도대체 쓸 만한 사람이 없어’라며 인물난을 하소연하는 데는 인재풀을 좁게 가져가기 때문이다. 자기세력과의 친소관계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그래도 ‘잘 아는 사람을 써야지’하다가 코드인사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마음의 문을 열고 눈을 크게 뜨면 멀리 볼 수 있고 정확히 찾을 수 있다. 새롭게 닻을 올린 이명박 호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다는 것은 자칫 잘못됐을 때 돌아올 역풍 또한 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 역시 뭔가 달라’라고 고개를 끄덕일 만큼 신선하고 획기적인 임팩트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잘된 인사’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제 꼭 두 달 뒤면 출범하게 되는 새 정부는 18대 총선이라는 큰 산부터 넘어야한다. 이명박 호가 순풍에 거침없이 내달릴 수 있을지는 바로 출범과 함께 치러야할 총선승패가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조각 및 청와대 비서진 인선과 함께 이뤄져야 할 공천 작업이 더없이 중요하다. 때문에 당선자는 출범하기 전부터 한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넘쳐나는 사람들, 죽기살기식으로 공천을 받아야겠다는 이들과의 한판싸움부터 치러야 한다. 핀셋으로 옥석을 구분해내는 혜안과 고른 인재 등용을 통해 노무현정부와 확실히 차별화된 ‘이명박식 인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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