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숙 충남예술고 교사 |
지난 5월, 교육기관의 개원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늦은 시기였지만 내가 근무하는 곳의 특성을 활용한 예술영재교육원이 문을 열고 신입학생들을 받았다. 개원의식과 입학이 끝난 후 학부모와 영재학생들이 모였을 때 난 우리 음악원 학생들의 의욕을 싹둑 자를만한 이야기로 만남을 시작했다. ‘영재아라고 판정된 것이 아니다`, ‘영재교육을 받기 위한 대상자일 뿐이다`하고는 ‘음악에 대한 영재성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고 판명되어 선발된 것`이라고 또 한번 쐐기를 박았다. 어린 학생들은 무슨 말인지 몰라 눈을 멀뚱멀뚱하고 있었지만 알아듣는 학부모들은 빙긋 웃거나 조금은 서운한 표정을 짓기도 했었다. 그냥 영재아라고 해주지 뭘 그러느냐는 듯.
처음 음악영재 선발을 위한 판별도구 개발팀에 합류하며 나는 음악영재아들에 대해 멀리는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가까이는 장한나와 장영주, 국악신동 유태평양의 모습을 떠올렸었다. 그런 신동 같은 영재들을 선발하는 판별도구 개발팀에 합류된 나 스스로를 대견스러워 하며, 그렇게 뛰어난 학생들을 어떤 영역과 내용으로 판별해야 하는지, 또 그런 영재들을 선발해놓으면 과연 누가,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를 무척 염려했었다. 하지만 지정된 판별과정을 거쳐 영재아들은 선발되었고, 그들에 대한 나의 기대는 한낱 신기루이고 무지였음을 깨달았다.
미국 국립영재교육연구소 소장인 렌줄리에 의하면 영재가 갖추어야 할 특성은, 극단적으로 뛰어날 필요는 없는 ‘평균 이상의 능력`과 ‘높은 창의성`, 또 ‘높은 과제 집착력`이다. 또한 이 세 가지 특성이 모두 뛰어나야 할 필요도 없다. 결국 음악에 대한 관심과 감각, 또, 하고자 하는 ‘높은` 욕구만 있다면 얼마든지 영재교육 대상자로 선발될 수 있는 것이고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 교육원은 극히 적절한 인적 구성이다. 다만 학생들의 높은 창의성과 집착력을 잘 활용하여 ‘더욱 뛰어난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내용과 환경을 만들어주고 지도해야 할 것이다.
이런 결론을 도출하고 나니 나의 표현에 갑자기 힘이 생겼다. 그래서 오늘 수업을 하며 또 한번 강조했다. “이 내용이 조금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너희들이 이런 어려운 과정을 배우는 것은 ‘음악 영재성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학생이라고 판정되었기 때문이야. 끝끝내 해보겠다는 집착, 버리면 안 되는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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